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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스르기

당신은 어디에 사십니까

당신은 어디에 사십니까?

매일신문 배포 2021-04-27 09:50:31 | 수정 2021-04-27 16:11:39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어디 사십니까?" "어느 아파트죠?" "우와, 좋은 데 사시네요."…. 사는 집이 경제적 지위를 말해 주는 시대가 됐다. 값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대답이 기다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어디 사느냐'는 질문은 차라리 도발적이고 무례한 질문이다.

물질만능주의 속에 사는 우리는 누군가의 능력을 가늠할 때 쉽게 경제적인 척도를 들이민다. 고급 자동차와 비싼 주택에 명품까지 두른 사람이라면 마치 대단한 능력자처럼 비친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는 더 우월한 관계를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는 인간의 욕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 농부들은 땅만 넉넉하다면 악마나 다른 그 누구도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말을 듣고 악마는 화가 치밀어, 땅을 넉넉히 주고 그 땅으로 농부를 미혹에 빠지게 하리라 결심했다.

어느 날 누군가 소유한 대지를 내놓자, 농부는 그동안 저축한 돈과 친척들에게 빌린 돈으로 대지를 사들여 그토록 소원하던 땅 주인이 된다. 처음에는 그저 행복했지만 오래가지 못해 고민이 생겼다. 다른 농부들의 가축이 땅을 침범해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잡음이 생기자 그는 이 땅이 좁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해마다 풍년이 되는 비옥한 넓은 땅을 찾아 고향을 떠나 이주했다. 그가 가진 땅은 이전의 세 배가 되었고, 살림은 열 배나 나아졌다. 생활은 풍요롭고 살림이 늘어나자 이곳 역시 좁게 느껴졌다. 더 넓은 땅을 소유하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그는 적은 돈으로 아주 넓은 땅을 살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곳은 문명이 닿지 않는 원주민이 사는 땅으로, 땅을 얻는 방법도 간단했다. 시작점에서 출발해 원하는 땅을 괭이로 표기하고, 해가 지기 전에 시작점으로 돌아오면, 표기한 모든 땅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는 시작점에서 출발해 마음에 드는 땅을 표기하며 걸어갔다. 출발점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놓치기 아쉬운 땅들이 있어 포기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힘들어서 땅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언덕만 넘으면 된다는 생각에 고통을 참고 계속 뛰었다.

드디어, 고꾸라지며 극적으로 도착점에 다다랐지만 그는 숨을 거두었다. 악마는 미혹의 덫에 빠져 숨을 거둔 그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결국 그는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땅만 갖게 되었다.

백 년 전, 나라의 모든 근간은 유교였다. 유교는 인간의 삶을 충실하게 하는 데 힘쓰기를 강조한다. 인간의 삶이 얼마나 실존적 깊이를 가지며, 어떠한 의미를 가지느냐가 중요한 관심사였다. 인간이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도(道)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인간의 인간다움, 성찰과 깨달음으로 인격적인 성취를 이루는 것에 인생의 의미를 두었다. 인간성을 수양하는 목표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 어디 사느냐고 물어올 때, 우리는 답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무슨 아파트라고 답하면, 몇 평에 거주하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더 나아가서 어느 동네에 살고, 지은 지 몇 년 되었느냐고 또 물어온다면, 집은 한 채만 있는지 다른 몇 채가 있는지, 분양권 투자해 둔 것은 없는지…. 아파트가 의인화돼 나의 주체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인간 욕망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조선 유학자 송순의 시조를 음미해 보자. '십년을 계획해 초간삼간 지어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 청풍(淸風) 한 칸 맡겨두고/ 강산(江山)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다.'

얼마나 절제된 마음인가. 십 년 동안 준비해 집 하나 마련했는데 달에게도 바람에게도 한 칸씩 내어 주고, 강산은 들일 곳 없으니 혼자가 아니라 함께 보자고 한다. 물질이 미혹에 빠지게 하더라도 인간 본성의 인간다움으로 지켜 내야 할 우리 내면의 성찰이 요구되는 시절이다.

이상준 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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