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을 즐겁게 하는 한란 화신(華神)
유년시절 봄나물 캐려 나가신 할머님이 할미꽃 한 송이 손에 지워 주시던 바로 신비의 꽃마냥 누구를 놀라게 하려고 겨울을 다 보내고 나의 난 실에 귀빈으로 찾아오셨는지?
그 손님은
삼각피기의 풍만한 원설에 자홍화 일본 토좌한란계 화신(華神)입니다.
화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고교시절 교과서에 시인 서정주 [국화 옆에서]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이 한 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배양과정에서 긴 힘든 세월이 있었습니다. 화신을 분냥해 준 다정한 친구는 하늘나라로 가고 난은 내 곁에 머물어 있습니다.
국화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경향신문>(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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