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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삼성전자 이례적 M&A 공식 선언…실행엔 엄청난 걸림돌 직면

각국 정부 `기술안보` 앞세워 M&A 규제 강화
빅딜 멈춘 4년여간 공백 메우기 녹록치 않을듯

  • 한우람 기자
  • 입력 : 2021.02.13 11:30:12   수정 : 2021.02.13 11:36:25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을 공식화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처리 리스크에 직면함에 따라 M&A가 잠정 중단된 사이 글로벌 M&A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이 `기술안보`를 내세워 자국 기업 M&A를 막고 `공정경제`를 방패로 타국 기업 M&A까지 막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어 막대한 현금보유에도 실제 M&A 성사는 녹록치 않은 환경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빅딜`을 중단하고 `스몰딜`에만 주력해왔다. 대형 M&A를 끌고 나가기엔 최근 4년간 사법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삼성전자가 2017년 이후 투자한 기업은 동진쎄미켐, 솔브레인홀딩스, 솔브레인, 에스앤에스텍, 와이아이케이, 앨모티브(Almotive), 파세토(Fasetto), 이노비움(Innovium) 등이다. 해당 투자금액은 총 2389억원 규모다. 투자 지분율은 미미하다. 와이아이케이(지분율 12.2%)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 투자 지분은 5% 안팎에 불과하다. 경영권 행사 목적보다는 협업을 위한 단순 지분 투자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해외 M&A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들은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다.

기술기업 M&A의 최대 장점은 신속한 기술 흡수다. 내부 연구개발을 통한 내생적 성장보다 속도감 있는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각국 정부가 IT기술은 안보와 직결되는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기술=국력`을 넘어 `기술=국방력`이라는 인식이다. 때문에 자국 기업간 M&A가 아닌 해외 투자자에 의해 이뤄지는 M&A에 대해 현미경 심사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재무부 산하에 외국인투자위원회(CFUIS)를 두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투자를 가려내기 위한 기구다. 2019년에는 미국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도 미국 국익을 침해했는 지 여부도 심사한다. 중국의 IT 강국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다른 지역 글로벌 `공룡` IT 기업의 급부상도 견제할 수 있다.

싱가포르 브로드컴이 미국 퀄컴 M&A에 나섰다가 2018년 제동이 걸린 이유도 바로 CFIUS의 개입때문이다.

중국이라고 해서 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퀄컴은 2016년 네덜란드 차량 반도체기업 NXP 인수에 나섰다가 중국 당국에 의해 딜이 무산됐다. 중국은 인수 승인 댓가로 NXP 보안기술을 요구했고 이같은 요구에 대해 EU 당국이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딜이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성사된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 역시 중국의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 독과점을 이유로 해당 인수건에 대한 제동을 중국 당국이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국가들 역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인 자국 기업의 해외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인피니언 M&A를 검토해 본 바 있는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독일 정부에서 이건 절대 해외로 안판다는 강한 기류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반도체 인수에 나섰지만 결국 직접 지분 보유 계약은 성사돼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20조원 규모 도시바반도체 인수 딜에서 4조원을 투자해 이 중 2조7000억원은 미국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 펀드 출자 형식으로 간접 투자했으며 나머지 1조3000억원은 전환사채(CB)로 투자했다. 도시바반도체의 실질적 주인은 일본계 은행들이며 이들은 일본 정부의 직간접적 통제에 놓여있다. 한국기업의 도시바반도체 인수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한 거부감 때문에 간접 투자 형식을 띌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해외기업 M&A 여정은 앞으로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M&A의 가장 큰 적이 경쟁기업이 아닌 각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처럼 글로벌 기술기업 M&A 환경이 급변하는 과정서 손놓고 대응할 수 없도록 만든 곳이 국내 정부라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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