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대출 988조원, '빚투' 늘어난 탓… '위험한 도박' 경고에도 뛰어드는 대한민국 국민들
김동우 기자
입력 2021-01-22 16:37 | 수정 2021-01-22 17:56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지금까지 내가 뭐했나 싶다. 직장 열심히 다니면 뭐하냐. 연봉보다 집값이 더 오른다."
며칠 전 만난 친구가 한 말이다. 그래도 기자 한다는 친구를 만나 답답함을 토로한 모양이지만, 그 기자는 그곳에서 쓴웃음만 지을 뿐 아무런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친구는 '인서울' 대학 공대를 나와 지금은 대기업 계열사에 다닌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업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원하던 '좋은 인재'인 셈이다. 그런 녀석이 "지금까지 인생이 후회된다"고 한다.
"회사 동기놈이 몇 년 전 수원에 상가를 대출로 6억5000만원에 샀어. 원래 6억짜리인데 프리미엄이 붙어서 5000만원을 더 주고 산 거야. 그때도 '집값 떨어질 것이다' '비싸다'고 난리였거든. 근데 그게 지금은 12억이다. 두 배로 뛴거지. 분명 나랑 같이 회사 들어와서 같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달라진 거야 상황이."
'영끌' '빚투'… 文정부가 만든 재테크 광풍
재테크 광풍이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강남 아파트는 신고가를 찍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을 해 집을 샀다는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이른바 '동학개미'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에도 코스피 지수를 3000까지 끌어올렸다. TV에서까지 주식투자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이제 재테크는 서민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얼마 전에는 모친께도 연락이 왔다. 고향 근처에 재건축 아파트를 알아보고 계시단다. 평생 직장생활을 하시다 얼마 전 은퇴하신 모친은 그동안 재테크의 'ㅈ' 자도 모르셨던 양반이다. '착실하게만 살면 복이 온다'가 그의 모토였다. 그런 양반이 재테크를 하시겠다는데, 아들은 말릴 수가 없었다.
광풍의 원인은 뭘까.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0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전문가들은 100조원이라는 역대급 가계부채의 이유를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찾았다. 코로나 사태에서 정부가 풀어놓은 유동성이 부동산·주식에 다시 몰리면서 자산 가격이 더욱 상승했고, 이에 편승하려는 수요도 함께 늘어난 탓이라는 분석이다.
실물경기와 관련한 지표는 여전히 암울하다. 이달 15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경제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고용률(59.1%)은 전년동월(60.8%) 대비 1.7%p 하락했고,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62만8000명(-2.3%) 감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97.9)보다 8.1p 떨어졌다. 같은 달 실물경기 3대 지표인 생산·소매·투자지수도 모두 하락세다.
지난해 가계대출 988조원… 文정권 폭주 못 막은 우리 책임
결국 지금의 재테크 광풍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더이상 저축만으로는 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서민들이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도박판에 뛰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을 보면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도 이들의 노동의지를 꺾어놓는 데 한 몫 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물경기와 괴리된 시장의 거품은 반드시 꺼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광풍이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 정권은 평생을 벌어도 제 몸 하나 뉘일 집 한 채 사기 힘든 세상을 만들어 놓고도 누구 하나 반성하는 자가 없다. 이 사태의 원흉인 전임 국토부장관은 '최장수 국토부장관'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당당히 퇴임했고, 그 후임으로 온 자는 전임자와 똑같이 "정부를 믿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누구 탓을 하랴. 촛불정신을 계승했다는 '선출된 권력', 그들의 폭주를 막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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