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20.12.31 00:03:01
새해를 맞는 기업인들의 마음은 무겁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제조업체 2300여 곳에 내년 사업 계획을 물었더니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이 84.3%에 달했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탓에 새해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투자와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21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6곳은 투자와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규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은 12월 정기국회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 규제법을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 내년에는 `징벌 3법`으로 불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확대법을 강행할 태세다. 야당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기업인들은 신년사에서 이런 현실을 걱정하며 정치권에 변화를 촉구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규제나 비용 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거두어 달라"고 호소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경제·사회가 성숙하려면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는 방식보다 자율적인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선진적인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민간 경제 주체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경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제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새로운 규제 입법을 막고 기존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이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하나다. 정치가 경제를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들이 야성을 살려 마음껏 혁신할 수 있고 우리 경제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정치권은 기업인들의 신년사에 담긴 우려와 호소를 흘려듣지 말고 새해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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