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反日 선동과 ‘선조·고종 실패’ 반면교사
문화 일보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5일(月)
일본의 가혹한 식민지배가 끝난 지 74년, 조선을 유린했던 임진왜란 뒤 4세기 이상 흘렀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한국민의 사무친 감정은 여전하다. 반만년 역사에서 한국은 왜구 소탕을 위한 대마도 정벌을 제외하면 일본을 침략한 적이 없는데, 일본은 한반도에 엄청난 고통을 끼치고도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사죄조차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일(反日) 감정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을 정도로 휘발성이 높다. 그래도 양국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깨지기 쉬운 유리 그릇 다루듯 상호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지난 1일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 공식화 이후 국민은 차분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집권세력이 반일 선동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순신 장군과 12척의 배”를 거론했고,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죽창가’를 SNS에 올렸고,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국채보상운동과 외환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 여당의 최재성 일본 경제보복대책 특별위원장은 ‘항일 의병’을 거론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정·경 분리 원칙을 깨고 무역 보복에 들어간 것은 치졸한 일이다. 그렇다고 대통령뿐 아니라 협상과 막후 대화를 담당할 당국자와 정치인까지 나서 반일을 부추기는 데 동의할 수 없다. 1965년 기본협정 취지에 비춰 냉철하게 풀어가야 할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극일(克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선 선조 25년(1592년)부터 31년(1598년)까지 임진왜란·정유재란과 구한말 고종 때 동학농민혁명을 계기로 한 일제 침탈의 아픈 역사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 없이 국제정세에 눈감고 정쟁으로 허송세월한 무능한 조정에 근본적 책임이 있다. 숱한 왜란의 조짐을 무시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국난을 피하지 못한 선조나, 한심한 조정에 항거해 일어난 동학운동을 청나라와 일본을 끌어들여 무참히 진압한 고종의 무능한 리더십이야말로 반면교사(反面敎師)다.
문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8개월 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뒤에도 수수방관하며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일본 보복이 시작되니 허둥지둥하고 있다. 국민의 반일 감정에 기댈 생각은 접고, 소상히 상황을 알리면서 국익에 입각한 현실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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