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출처 : [사설] 종교와 정치 | |
<LINK >입력 : 2008.07.01 23:03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30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미국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사제와 신자·시민들은 '공안정권 끝을 알지'라는 팻말을 붙인 십자가를 앞세운 채 '고시 철회, 명박 퇴진'이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사제단은 서울시청 광장에 천막을 친 뒤 농성에 들어가 매일 시국미사를 열겠다고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고, 4일에는 실천불교승가회와 불교환경연대 등 불교단체들이 중심이 돼 시국법회를 갖는다. '광우병 대책회의'가 주도하는 불법·폭력 시위가 갈수록 시민의 외면을 받기 시작하자 일부 종교인이 '종교행사'로 그 불씨를 되살리려 대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종교가 본격적으로 시국 문제에 발을 내디딘 것은 10월 유신(維新) 때였다. 국회의원을 잡아다 고문하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학원 시위를 막는다고 학교 문을 닫고, 기사 한 줄 한 줄을 검열해 반(反)정부 메시지가 숨어 있다며 인쇄용 동판(銅版)을 압수해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저항의 단어를 담고 있다며 시집(詩集)의 발간을 정지시키고, 일부 소설을 금서(禁書)로 규정해 추방하고, 문예지와 종합지를 잇달아 폐간시키던 시절이었다. 사회의 숨구멍이 막혀버린 그 시절 종교와 종교인이 나섰다. 종교밖에 나설 곳이 없었고 종교가 나서야 할 때였다. 정의구현사제단이란 이름에 아직껏 후광(後光) 비슷한 게 서려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입이 틀어 막혔을 때 그 국민의 입을 대신했었다는 유신시대의 잔광(殘光)이 남아 있는 덕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국회의원의 입을 봉(封)해 국회를 무력화시켰는가, 학교가 문을 닫았는가. 언론의 입이 강제로 틀어 막혔는가, 시와 소설이 불온(不穩)하다며 인쇄를 금지시키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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