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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매번 펑크 내기 일쑤였고 학습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는 스스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몸이 아파 숙제를 하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엄하게 다그칠 수 밖에 없는 마음은 늘 편치 않았다. 아픈 몸으로 공부를 하는 이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두 차례나 실패를 경험한 터라 다시 시작할 때는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몸은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남의 귀한 시간을 뺏는다는 자책감에 괴로웠고 아픈 몸이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김씨에게 괜한 짜증도 냈었다. 때로는 선생님과 학생으로, 때로는 친한 오빠와 동생으로 둘은 2년여 간의 힘든 과정을 이겨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달 수시전형 발표를 앞둔 이씨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며 “중증장애인도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몸이 아픈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베푸는 삶은 바이러스처럼 전염이 되는 법이다. 그러나 행복한 전염이다. 이씨는 대학에서 상담치료학을 전공해 “내가 받은 만큼 남에게 되돌려 주는 삶을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또 UCC 동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당장 내 주위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봐야겠다’고 참여의 댓글을 달았다. 김씨의 주위 사람들도 동영상을 본 뒤 봉사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연출한 동영상은 아니었다. 동영상을 제작한 오한웅(27·서울 봉천동)씨는 “아무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촬영을 했는데,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며 “장애인이라서 특별하다기 보다 주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무살 민희의 살아가는 힘’은 나눠서 두 배, 세 배가 되는 기쁨이다. 나누는 일이 어렵고 남의 일 같았다면 이 동영상을 보고 용기를 내보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저보다 더 고생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라는 김씨의 말처럼 나누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