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유연성
내가 근래 세삼 서럽게 느끼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예전에 비해 더욱 어려워 보이며 국민 통합된 원리를 찾을 줄 몰라서 분단의 아픔을 가진 민족인데 근래는 더욱 국민통합이 어려워 보이는 길로 국민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서 살아간다. 사실 자신의 의견을 굽히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자신이 겪고 배운 바에 따라서 지식도 쌓이고 믿음도 갖게 됩니다. 자기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기면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판단하고 대처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사회 통합의 과정이 어려워지는 데 있어서 기초가 잘못되어진 교육에 어디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일을 많이 겪어 보게 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혼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기준에 의하여 형성된 의견들을 다른 사람과 서로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은 불가피한 것이다.
내 자신의 경우만 보아도 아집( 정의라는 자존심 )에 사업수행에 쓸데없이 길고 긴 분쟁을 일으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미치곤 한다. 이 에고라는 놈이 저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점점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나, 이런 원인이 우리사회 어디에서 출발 한 것인가 제 자신의 생각에 이르면 가슴 아프게 한다. 얼마 남지 아니한 시간 속에 밝혀지게 될 것이지만 얻어진 결과가 무엇일까?
붓타가 칼마라라는 마을을 지나갈 때, 이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그에게 물었습니다.
<칼마라 경>에서 붓다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단지 소문을 듣고서 받아들이지 말라. 단지 전통에 의지해서 받아들이지 말라. 단지 남의 말에 의해서 받아들이지 말라. 단지 자신이 믿는 경전과 비슷하다고 받아들이지 말라. 단지 추론에 의해서만 받아들이지 말라. 단지 겉모습만 보고 받아들이지 말라. 단지 자신이 이미 가진 생각과 같다고 받아들이지 말라. 단지 받아들일만하다고 받아들이지 말라. 단지 모두가 존경하는 스승이라고 해서 받아들이지 말라."
이 말씀 속에 담긴 자유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결론을 지었습니다.
"어떤 것이 건강하지 않고 잘못되고 나쁨을 스스로 안다면 그것을 버리라. 또한 어떤 것이 건강하고 유익함을 스스로 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따르라."-
붓다의 이런 말씀은 꼭 종교의 선택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 생활에 모든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우리가 내심 결심했거나 선택했던 일이라도 자신의 선택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고집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나 의견이나 종교의 가르침이라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배척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서로 자신과 상대방을 선과 악이나, 한편이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서로 다툼이 심해질 뿐입니다.
건강하지 않고 잘못된 것과 건강하고 유익한 것을 구분하는 기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건강함과 유익함의 본질을 찾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한 인생의 지혜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기에 이렇게 생각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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