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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밝아오는 백호의 새해에 걸어 보는 기대

 

 

밝아오는 백호의 새해에 걸어 보는 기대

2010년 경인년(庚寅年)은 60년 만에 찾아오는 ‘흰 호랑이(백호)’의 해이다. 지난 한 해 움츠린 서민들의 삶이 용맹한 백호의 포효처럼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이길 서민들은 소망해 본다.

호랑이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나운 맹수, 나쁜 귀신을 물리치는 영물, 때로는 ‘곶감을 무서워하고’, 토끼에게도 농락당하는 우스꽝스럽고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민족에게 인식됐다. 10만여년 전부터 한반도에 살아온 호랑이는 이렇게 인격화·신격화되면서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했다. 호랑이 중에서 백호는 특히 신령스러운 영물로 여겨졌다.

백호는 일반 호랑이의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태어나며, 멘델의 유전법칙 중 ‘우열의 법칙’에 의해 부모 개체 모두가 백호를 발현하는 열성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야만 탄생한다.

현재 전 세계 백호는 국내에서 사육중인 14마리를 포함해 200여 마리에 불과하며 야생 상태의 백호는 모두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를 맞아 민속학계 등에선 우리 민족이 예부터 흰색을 선호하고, 흰색 동물을 상서롭게 여겼다는 점에서 백호의 해를 주목한다.

2010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백호랑이 해. 의미가 남다른 만큼 새해를 여는 문화계의 화두도 역시 ‘호랑이’다. 호랑이를 소재로 한 전시회와 책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백호(白虎) 해에 태어난 아들은 사주가 좋다는 속설에 힘입어 출산·육아 관련 제품도 인기다. 거리에는 호피 패션과 호랑이 캐릭터 상품이 넘쳐난다.

경향신문의 보도 기사에 의하면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 민속연구과장은 31일 “호랑이 해는 갑인·병인·무인·경인·임인 순으로 육십갑자가 순환하는데, 경인년은 십간의 ‘경(庚)’이 서쪽·흰색을 의미해 백호 띠의 해가 된다”며 “태양을 숭배한 우리 민족은 태양의 밝은 흰색을 선호했고, 백호·백사·흰까치 등 흰색 동물을 유독 좋아했다. 흰색 동물이 나타나면 미래에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 ‘백호가 나타나면 권력자는 몸을 낮추고 부자는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등의 민간 속설에서도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보도내용에도 국립민속박물관은 호랑이를 전면에 내세운 ‘변신, 신화에서 생활로’ 특별전을 3월1일까지 연다. 생활문화 속에 깃든 호랑이 모습과 그와 관련된 상징체계의 변신을 조망한다. ‘신성(神聖)’, ‘벽사(?邪)’, ‘군상(群像)’, ‘변신(變身)’을 주제로 신격화된 호랑이부터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된 현대생활 속 호랑이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았다. 조각·부적·장신구 등 유물 120여점도 전시한다고 했다.

미술계에서는 ‘호랑이 작가’로 이름난 화가들의 붓놀림이 바쁘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이목일 화백의 호랑이 그림 전시회가 열린다.

역시 40년째 호랑이만 그려오고 있는 오동섭 화백도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6월까지 반년에 걸쳐 ‘한국 호랑이 표정’, ‘한국 호랑이 그 위용’ 전을 차례로 연다. 민화작가 남정예도 오는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아이에서 ‘호랑이 민화전-삶을 확신하는 또 다른 상징’ 전을 연다. 호랑이를 현대 민화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호랑이 서적’은 지난 세밑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장이 엮어낸 ‘십이간지 호랑이’(생각의나무 펴냄)는 호랑이를 통해 한·중·일 3국의 전통 문화를 비교하는 학자 24명의 글을 모았다.

역술가나 임신부들은 백호띠의 사주가 좋다는 속설에 따라 새해의 출산율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2007년 ‘황금돼지띠’의 출산율 급증이 재연될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인터넷상에는 백호띠 출산과 관련한 글들이 늘고 있다. 신령스러운 상상의 동물인 백호의 해를 맞아 출산 붐이 이야기되는 것은 낮은 출산율에서 벗어나려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새해에는 백호를 두고 우리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참 좋은 조짐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사회에 맺혀지고 뭉쳐지었던 정치 경제의 흐름도 이 같이 꽉 막힌 구멍이 펑 뚫려지기를 바라고 싶다. 우리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층의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아름다움 마음가짐 속에 우리가 하나 되는 백호의 해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서민들이야 무엇을 더 바라겠어요.
바로 이것은 우리 스스로 모두 백호가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