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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한나라당 점령군 되려는가

어제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방호 사무총장이 “흑색선전 주범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서 영원히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과정의 네거티브 공세를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근거없는 네거티브 공세는 정책 대결을 가로막고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으로,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정당한 검증과도 구별돼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특검법’의 발효를 앞둔 지금, ‘추적’이나 ‘퇴출’을 거론하는 게 그런 순수한 뜻 같지는 않다. 오히려 ‘정치 보복’을 예고하는 말로 들린다. 비슷한 말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날 회의에서도 안상수 원내대표는 특검의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오면 대통합민주신당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으름장이 될 수 있다. 선거일인 지난 19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선 한 당직자가 “이제부터 좌파 정권이 남겨놓은 흔적들을 하나씩 벗겨내는 좌파 적출 수술을 하겠다”고 말했다가 급히 발언을 취소한 일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겸손해지겠다” “여야는 적이 아니다”라고 몸을 낮춘 뒤편에서, 이런 섬뜩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발언에는 곧 발효될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부담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나라당은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특검법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당선자가 그제 ‘특검을 제기한 사람들의 책임’을 거론한 뒤에는 당직자들이 앞다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폐기법안 마련을 주장하고 나섰다.

애초 한나라당의 원천봉쇄에 막혔던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10월 당시의 동영상 공개로 거짓말쟁이라는 지목을 받게 된 이 당선자가 특검 수용 쪽으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의 압승에는 이때 당당한 모습을 보인 것도 한몫을 했을 게다. 이제 선거가 끝났다고 특검을 말자고 한다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괜한 막말과 억지는 ‘뭔가 떳떳지 못한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의심만 살 뿐이다.

한나라당은 궁색하게 피하려 하기보다 당당하게 특검 조사에 협력하는 게 옳다. 상당수 국민이 비비케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것으로 이미 나타난 마당에, 함부로 ‘국민의 뜻’을 내세워 ‘특검법 번복’을 주장해선 안 된다. 서슬퍼런 계엄군 흉내를 낼 일은 더더욱 아니다.





기사등록 : 2007-12-21 오후 07: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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