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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내가 아는 문국현 (이기영 교수의 글)

 

1999년 정초, 우연히 등교 길에 한 라디오의 밀레니엄 특집 ‘대한민국을 이끄는 10인 초대석’을 들었다. 그날 주인공인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은 북한의 기아가 산이 헐벗어서 물 부족과 홍수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북한에 나무를 심는 시민단체인 ‘평화의 숲’을 만든다고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음식물 쓰레기로 생균사료 만드는 연구를 하던 나는 휴전선 하나를 두고 북쪽에선 음식이 모자라 기아로 수백만 명이 죽어 가는데 남쪽에선 음식이 거의 3분의 1이나 버려져 쓰레기 처리가 민원을 일으킨다니 어이가 없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유한킴벌리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문사장이 직접 전화를 받았다. 무려 1시간이 넘게 통화했는데도 당장 만나고 싶다며 생면부지의 나를 그날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천안서 기차를 타고 서울의 유한킴벌리를 찾아간 나는 문사장으로부터 ‘나무를 심는 사람-장 지오노저’ 책을 선물로 받았고 점심을 먹으며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


현재 지구는 서구기계문명에 의한 숲의 파괴와 화석연료과용에 기인한 이산화탄소 증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대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다. 얼마 전 세계 130여 개국의 과학자 2500명이 6년간 연구 끝에 발간한 유엔 기후변화정부간 협의체(IPCC) 제4차 보고서는 앞으로 2080년이면 인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이 지구상에서 멸종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담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나무를 심는 길이다.

 

문국현 사장은 이미 84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구호로 ‘나무 100만 그루 심기’ 캠페인을 시작해 지금까지 전국에 무려 3,000만 그루에 달하는 나무를 심었다. 특히 1985년부터는 ‘신혼부부 나무심기’, 1988년부터 청소년 환경체험 교육인 ‘그린캠프’, 1995년부터는 ‘학교 숲 가꾸기’ 운동을 추진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1998년에는 숲을 살리면서 실직자도 구하자는 ‘생명의 숲 국민운동’을 시작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숲의 환경적,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상생을 이끌어 냈다.

 

또한 경쟁력을 높인다고 감원을 한 다른 회사들과는 거꾸로 4조2교대를 실시해 오히려 고용과 생산성을 크게 늘리는 기적을 나았다. 그는 이외에도 황사를 막기 위해 중국과 몽골에 나무를 심는 동북아포럼 등 지금까지 거의 30여개에 이르는 NGO와 재단 등을 직접 만들어 운영을 지원해왔다.

 

자주 눈이 충혈되어 있어 원인을 물었더니 사장이 된 후 일이 많아 거의 하루 4시간이상을 자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문국현사장은 문화운동에도 풍부한 식견과 열정을 가지고 있어 ‘문학의 집 서울’을 건립하고 매년 음악인들과 자연사랑 신작가곡음악회를 열어왔다.

 

문사장은 그동안 내가 추진해온 노래를 통한 환경문화운동에도 수시로 몇백만 원씩 자비를 털어 도와주었다. 게다가 그는 깨끗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선비다운 실천적 지도자였다. 때로 그가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태어난 살아있는 천사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년부터는 그와 함께 좀 더 범국민적인 아름다운노래합창 국민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2005년 4월 15일 이기영 교수는 개발의 위기에 처한 서초구 우면산 살리기 내셔널 트러스트 기금마련 음악회를 열면서 ‘평화의 숲 생명의 숲’ 노래를 평생 나무심기에 헌신해온 문국현 사장에게 헌정했습니다.

 

이 노래는 청아하고 맑은 천상의 소리로 제3회 브레멘 세계합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글로리아 소녀소녀 합창단(gloriachoir.or.kr)이 연주했습니다.


관련자료: 평화의 숲 생명의 숲 노래듣기(www.singreen.com),

 

관련링크: ‘평화의 숲’(www.peaceforest.or.kr) ‘생명의 숲(www.fore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