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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국민도 아들 딸을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처럼 키우고 싶다

 
원문출처 : [사설] 국민도 아들 딸을 대통령과 대통령후보처럼 키우고 싶다
조선일보 입력 : 2007.11.05 22:51 / 수정 : 2007.11.05 23:13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과 사위는 미국서 비즈니스스쿨과 로스쿨을 다니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도 네 자녀 가운데 셋을 미국서 교육시켰다.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도 아들을 미국 사립고와 명문대에 보냈다. 자녀를 외국 명문학교에 보내는 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자기 아들 딸, 사위한테 훌륭한 교육을 시키겠다는 건 인간 본성이다. 국민 마음이 모두 한가지다.

교육문제의 본질은 돈이 많건 적건, 사회적 신분이 높건 낮건 상관없이 대통령이나 대통령후보들이 자녀를 미국에 보내 배우게 한 것처럼 알차고 좋은 교육을 이 땅에서 큰돈 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다. 그 방법이 뭐겠는가. 公敎育공교육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대통령후보들의 교육공약이 공교육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피해 간다면 그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 될 뿐이다.

정동영 통합신당 대통령후보가 2012년 대학입시부터 修能수능시험을 고교졸업자격시험으로 바꾸고 대학별 논술시험은 치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졸업자격시험으론 고졸 학력을 갖췄는지만 判別판별한다는 것이다. 대신 생활기록부에 학업성적뿐 아니라 개성·특기·봉사활동·리더십 같은 다양한 요소를 기록해 대학이 그걸로 신입생을 뽑게 하겠다고 했다.

정 후보 말대로 되면 공교육은 머지않아 숨을 거두고 말 것이다. 공교육 현장에서 어느 학교, 어느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겠는가. 상대평가제로 가만있어도 학생의 4%는 1등급, 7%는 2등급을 받는다. 교사가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불러 따로 보충수업을 하거나 특수 재능을 가진 학생에게 深化심화수업을 해서도 안 된다. 그 아이 성적이 오르면 다른 아이들이 손해 보기 때문이다. 팔짱을 끼고 있어야 공정한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결국 교육이 잘못돼도 책임은 학교와 교사가 아니라 학부모·학생에게 돌아간다.

정동영 후보 공약은 보통사람, 못사는 사람들이 다니는 공교육에 대못질을 하는 것이다. 높은 사람, 잘사는 사람은 대통령과 대통령후보들처럼 이런 공교육을 피해 교육 亡命망명을 나가 버리면 그만이다. 그나마 학부모·학생들의 국내 피난처였던 자사고와 특목고, 그리고 학생들을 잘 가르쳐 인기가 높던 非비평준화지역 명문고도 기피학교가 되고 만다. 평균성적이 낮은 학교로 가야 內申내신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래도 외국으로 안 나갈래 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등을 떠미는 정책이다.

公敎育공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무엇보다 학교와 교사가 ‘좋은 교육 경쟁’을 벌이게 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가 좋은 교육, 학생의 재능을 살리는 교육을 위한 경쟁에 팔을 걷고 나서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도 좋은 학교가 많이 나와야 보통 학부모도 대통령이나 대통령후보들처럼 외국 명문교를 기웃거리지 않고 대한민국 땅에서 자녀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시킬 길이 열린다. 이것이 교육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