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른소리

버스기사인지… 마담뚜인지…이들을 고발한다

버스기사인지… 마담뚜인지…
행락철 도넘은 '묻지마 관광' 탈선·사고 부채질
달리는 차속 음주가무·낯뜨거운 포르노 방영도

 
  
  지난 주말 '묻지마 관광'에 나선 행락객들이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주말 아침 부산에 사는 주부 A(43) 씨는 친구 한 명과 함께 '단풍놀이'를 가기 위해 내장산행 관광버스에 올랐다. 친구와 함께하는 오랜만의 나들이에 들떠 있던 그는 내내 눈살을 찌푸려야만 했다. A 씨 일행은 본의 아니게 '묻지마 관광버스'에 탔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마이크를 잡고 "남자끼리 여자끼리 따로 앉아 계신 분들은 자리를 이동해 주세요. 신나게 놀려고 버스 탔는데 내외하지 말고요"라며 '짝짓기'를 유도했다. A 씨는 친구와 함께 계속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남녀가 짝을 지어 앉았다.

자리 배정이 끝난 후에는 술판이 벌어졌다. 먼저 커튼으로 차창을 가리자 버스에 실려 있던 술이 나돌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관광은 뒷전이었고 버스에 그대로 남아 계속 술판을 벌였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봄이나 가을 행락철이면 은밀하게 진행되는 '묻지마 관광'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안전사고 위험은 물론 중년층의 탈선을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성행하는 묻지마 관광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엔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은밀하게 자체적으로 모임을 결성, 버스를 전세내는 형태를 취했다면 요즘엔 관광버스 기사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자신이 구입한 버스로 회사에 들어가 영업을 하는 이른바 '지입 차주'들이 회사 업무 외에 부수입을 벌기 위해 이 같은 묻지마 관광을 주선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생활정보지 등에 광고를 내거나 전신주 등에 벽보 등을 붙여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

묻지마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음주가무. 술에 취하면 사람들은 좌석에서 일어나 남녀가 뒤섞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커튼으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한 채 버스 안에서 '그들만의 파티'를 즐긴다. 한 관광버스 기사는 "얼마 전에 고속도로에서 단속에 걸려 120만 원의 벌금을 물기도 했지만 요즘 관광객들은 춤이나 노래를 못하게 하면 버스를 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일부 버스에서는 포르노 영화가 공공연히 상영되기도 한다. 얼마 전 경주로 묻지마 관광을 다녀왔다는 한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돌아오는 길에 한 손님이 '분위기도 무르익었는데 계속 이어가자'고 하자 버스 안의 텔레비전에서 낯 뜨거운 영상이 나왔다.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고 대부분은 포르노를 즐기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관광버스 기사들은 고속도로 휴게소나 목적지의 식당과 미리 계약을 하고 승객을 소개시켜 주는 대가로 알선료를 챙기기도 한다. 승객들은 모처럼 떠난 여행에서 식사 메뉴도 맘대로 선택하지 못한 채 단체로 복잡한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만 하는 형편이다.

관광버스 운전기사 C 씨는 "기름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차비는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지만 수요가 있는 한 묻지마 관광은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입력: 2007.11.08 21:42 / 수정: 2007.11.08 22:03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