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입력 2021-02-27 00:00수정 2021-02-27 00:00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확정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29명 중 찬성 181, 반대 33, 기권 15명으로 가결됐다. 가덕도 특별법은 신속한 신공항 건설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로써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대구경북권 의원들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정의당 의원들은 ‘가덕도 말고 코로나 손실보상’이라고 적힌 피켓을 내걸었다.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은 선거용이 아닌 국가 백년대계”라고 말했으나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논리다. 2016년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업체가 발표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선정 결과 가덕도 신공항은 1, 2위도 아닌 3위였다. 어려운 공법과 과다한 공사비용, 향후 안전문제 등이 지적됐다. 정권이 바뀌어서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조목조목 반대 의견을 낸 것도 이런 합리적 근거자료를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 백년대계 사업이라면 거듭 신중을 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임박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논란이 많은 사업을 군사작전하듯이 밀어붙이진 못했을 것이다.
여당 지도부는 “특별법을 만들면 정부는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식논리만 따지면 당연한 말이지만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정부 부처에는 사업의 경제성과 적절성, 환경평가 등을 따질 생각 하지 말고 무조건 여당 편을 들라는 겁박으로 들릴 것이다. 선거를 의식해 국가 백년대계인 대형 국책사업의 구체적인 타당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는 것은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제1야당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우왕좌왕했다. 대구경북권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선거용 매표(買票) 특별법’이라고 비난했지만 부산지역 의원들은 특별법 통과를 호소했다. 그 틈새에 낀 당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법안 통과를 방조했다. 가덕도 특별법 통과로 선거 표심만 노린 정치권이 담합만 하면 초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장치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先例)가 만들어졌다. 그 후유증은 국민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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