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입력 2021-02-20 00:00수정 2021-02-20 00:00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초 “1분기까지 90만 개 이상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면서 ‘특단의 고용대책’을 주문한 뒤 정부, 공공기관들이 총동원돼 ‘세금 일자리’를 쥐어짜내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뚝딱 만들어질 리 없다 보니 용돈벌이 수준의 ‘공공 알바’가 또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정부 부처들이 1분기에 만드는 직접 일자리를 고용노동부가 취합한 바에 따르면 59만 개는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에서 나온다고 한다. 대통령이 공언한 90만 개 중 66%가 만 65세 이상 노인이 이웃 취약계층 돌보기, 공공시설 봉사에 참가하고 월 27만 원 이내 수당을 받는 일자리로 채워진다는 뜻이다. 금융권 등의 퇴직자 1만 명 이상을 뽑아 사회공헌 활동을 시키는 일자리는 시간당 2000원짜리 봉사활동 수준인데도 일자리 통계엔 ‘취업자’로 잡힐 것이다.
이렇게 긁어모아도 목표 달성에 빠듯해 기획재정부는 정부부처, 공공기관 일자리 담당자들에게 “예산 줄 테니 일자리를 발굴해 내라”고 독촉하고 있다. 산림청 경찰청까지 동원됐다니 조만간 산불감시, 방범 아르바이트가 쏟아질 판이다. 돈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편성할 추경예산에 4조∼5조 원을 얹어 적자국채를 더 찍어 마련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소득 없이 실업자로 지내는 것보다 낫지 않으냐”라고 강변한다. 물론 생계에 위협을 받는 노인, 청년들에게 몇 십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작년도 세금 일자리사업 종료로 거품이 걷힌 1월에 100만 개 가까운 고용 감소를 확인하고도 또다시 임시방편 일자리 만들기에 골몰하는 건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고용정책으로 볼 수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기본소득 도입 주장을 비판하면서 “왜 쓸데없는 데 전력을 낭비하나. 국민은 노력한 만큼 소득이 생기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세금 알바는 통계 분식(粉飾)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정당하게 보상받고 싶은 국민의 욕구와 거리가 멀다. ‘관제알바’에 낭비할 예산을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청년 취업교육, 중장년층 재취업 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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