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5일(木)
여당에서 증세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내걸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벌써 증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놀라운 상상”이라고 했었다. 증세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든 정권이 회피하려 했고, 현 정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증세론이 제기되는 것은, 재정 씀씀이가 더 이상 국채 발행이나 세출 구조조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에서 반발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해외에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확산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겉보기로는 ‘정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지만, 초보적 경제 지식만 있더라도 경제를 2중으로 망칠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권의 증세 주장은 다양하다. 지난 23일 기본소득연구포럼 토론회에서는 모든 소득 원천에 대해 5%, 재산세 공시가격의 1%를 정률 과세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고소득자·대기업의 소득세·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1∼2%포인트 인상하는 안도 제시됐다. 정의당은 소득이 크게 증가한 법인과 개인에게 중과세하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가세했다.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증세 공론화를 요구했다.
문 정부는 코로나 충격 이전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현금 지원으로 땜질해 왔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줄고 근로·사업 소득이 줄어 서민층·영세 소상공인부터 궁지로 몰렸다. 중소·중견기업,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늘어나지 않는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8조 원 가까이 줄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사상 처음이다. 여기에 재산세·법인세 등은 더 거둘 여지도 없다. 2019년 기준 전체 세수 중 재산세 비중은 OECD 3위이고, 법인세 비중은 OECD 평균치의 1.5배 이상이다. 법인세는 상위 1%가 전체의 78.4%(2018년 기준),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는 상위 1%가 41.6%를 낸다. 반면 근로소득세는 하위 38.9%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굳이 세금을 올리려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세금으로 편 가르기 하려는 조짐까지 보인다. 무엇보다 재정의 효율화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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