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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주장] 문국현식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주장] 문국현식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노력없이 단시일내에 큰 것을 얻으려는 태도에서 문제가 시작된 것

 

유명한 전문경영인 문국현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에 입문하였습니다. '사람중심의 경제'를 주창하며 보무도 당당하게 정치를 시작한 것이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스스로 정당을 창당하였고, 대선에 임하여 5%가 좀 넘는 득표를 했습니다. 양강의 후보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5%라는 득표는 그리 쉽거나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기대가 모아진 결과로 얻어진 득표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가 창당한 정당은 이제 뚜렷히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에게 합류하여 대선을 치른 당직자들이 대거 사퇴를 하더니 이제 집단탈당을 감행하였습니다. 사실상 정당으로 존립할 근거를 상실한 셈입니다. 이제 곧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총선을 잘 치러볼 역량은 없어 보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표면적으로는 문국현씨가 당운영에 대한 전횡을 하였고, 내부적 논의구조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서로 논의하고, 토론하여 당의 진로를 정하고 함께 실행해 나가려는 태도가 모자랐던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대선을 치르면서 자신의 사재를 털어 당에 투입한 자금의 회계처리 문제가 있습니다. 분명 자신의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 투입된 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당에 대여한 것으로 처리했다는 점입니다.

 

우선 공당의 회계처리는 개인의 것과 달리 처리해야 당연한 것입니다. 즉 아무리 당에 대한 지분을 많이 가지고 행사하는 사람도 그 실체는 정당과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이 정당의 후보로 대선을 치렀다 하더라도 개인의 재산을 투입한 경우라면 당은 그 돈을 차입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스스로 당의 재정에 기여하기 위해서 특별당비로 납부하겠다면 그렇게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는 애시당초 기대할 것이 못되는 일입니다. 문국현씨가 자신의 이미지와 대중적 인기를 발판으로 정당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지요. 말하자면 공당을 건설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선거를 위한 일인정당을 만든 것이고, 거기에 정치인들이 일부 참여해서 얻을 것이 있는지를 탐색했던 것입니다. 이제 정당이 만들어 졌으니 자신들과 논의해서 지분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요구가 매우 부당해 보이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그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창조한국당의 한계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기성정치인들의 구태정치와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겠다고 정치를 시작한 인물이 사실은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 문제입니다. 기성 정치권에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어 보이자 그것을 파고 드는 수법이 기성정치인들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또 전혀 민주적이지 못한 일인보스 정당의 흉내를 내서 단기간에 정당을 만들고 등록하였습니다. 민주적 리더쉽 수립의 정당구조를 달가워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자신이 주장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장기적 노력을 기울여 틀을 만들어가지 않고 쉽게 뜻을 이루려고 했습니다.

 

사실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허용된 권리입니다.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판세를 이리저리 따져서 자신이 틀어갈 틈이 생기는지를 살피다가 뒤늦게 대선에 뛰어드는 방식은 기성정치인을 뺨치는 것입니다. 자신이 주장하는 가치가 옳고 분명한 것이라면 판세의 유불리를 떠나서 가치중심의 정당건설을 차분히 준비했어야 합니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방식은 기성정치인들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것이죠.

 

한국의 정치가 후진적인 이유중 하나는 바로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있습니다. 일인보스를 중심으로 그의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 정당은 민주적 정당이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이상이 유사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차분히 리더쉽을 세우는 방법을 정하고, 정책적 지향을 선명히 내어 걸어야 합니다.

 

당원이 있어야 하고, 당헌당규가 있어야 하면 내부의 소통구조가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그러한 모든 것을 접어두고 선거에 몰두하는 정당은 일회용에 불과한 것입니다. 기존의 우리정당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당원은 정치명망가들이 동원한 들러리에 불과한 존재이죠. 따라할 필요가 없는 것을 따라하니 차별성이 없습니다.

 

특히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 비난받던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은 기성정치인들의 것과 너무도 똑같습니다. 인기없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세력은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당시의 대통합민주신당도 하던 행위입니다. 그러한 차별화에는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가치만을 정확히 내세우면 될 일이지 누구나 욕하는 대상에게 욕을 안하면 표를 얻지 못할 것같은 조급함을 드러낸 것도 한계입니다.

 

그렇게 기성정치인들의 흉내를 내면서 뭔가 다른 것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들 국민이 믿어줄 리가 없습니다. 잠시 인기를 얻는 동안 모여 들었던 정치꾼들이 그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자연히 떠나가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은 새로운 그릇에 담아서 시작해야 합니다. 명망가를 몇명 끌어들이기보다 차분히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천천히 민주적 소통구조를 가진 정당을 만들어 갔다면 5년후쯤 그에게 관심을 가져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길을 개척하는 것이 어렵다면 기성정당에 들어가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방법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갈 수도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자신은 항상 중심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미래가 없는 법입니다.

 

남들이 수십년 닦아온 길을 하루아침에 바로 앞서가려고 해서는 너무 얌체같은 짓이죠. 주춧돌부터 천천히 세워나가거나 남들이 세워둔 틀에 들어가서 점차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모두 탐탁치 않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노력없이 성과만 얻으려는 것이 구태정치인들의 가장 큰 병폐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차분히 시작하는 진정성있는 정치인을 하나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곧 이어 총선인데 떠들썩하던 문국현씨의 정당이 과연 총선을 어떻게 치를지 궁금해지는군요. 노력없이 무엇을 차지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글 주광재 2008.02.15 18:10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