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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꿈을 잃은 나라 한국, 탈출구는 없나

꿈을 잃은 나라 한국, 탈출구는 없나

 

청년실업 100만 시대, 공무원 수험생만 늘어나

 

지방 사립대 출신 K씨(25).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시계 알람소리에 맞춰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노량진에 있는 공무원 학원에 가기 위해서다. 학원 수업은 9시부터 시작이지만 앞자리를 맡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오전 7시 30분. 학원 앞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강의실에 들어섰다. 조용한 강의실. 앞자리를 맡은 K씨는 안심한 뒤 적당한 곳에 앉아 자습을 시작한다. 오전 9시. 수업이 시작됐다. 300명이 넘는 인원이 한 장소에 밀집되어 있지만 어떠한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한 강의실에 강사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오후 1시. 수업 중 휴식 시간에도 영어 단어를 외우는 K씨에게 점심시간은 유일한 휴식

시간이다. 노량진 앞 식당거리. 노량진 학원 수강생들이 한꺼번에 나온 터라 식당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줄을 서 기다린 후에야 겨우 식당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오후 7시. 수업을 마친 후 간단한 식사를 하고 학원 근처 도서관에서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한다. 빡빡한 수업 일정을 따라가기 위해 예습과 복습은 기본이다. 밤 11시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이끈 채 귀갓길에 오른다. 학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집에 도착하면 새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이다.

 

K 모씨는 지방에 있는 사립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다. 어려서부터 경영컨설턴트를 꿈꿔왔다는 그는 학교를 휴학하고 4개월 전 등록한 공무원 학원에 다니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면접은 고사하고 서류전형을 통과한 곳조차 손에 꼽는다고 한다. 지방 사립대 출신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의 취업에 한계를 느낀 그는 결국 공무원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 노량진 한 공무원 학원 정원 500명 대강의실이지만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 권기웅
노량진

갈 곳 없는 청년 구직자들, 노량진 학원가로

 

최근 일반 기업체 입사를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구직자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7년 국가직 공무원 7급 시험에는 715명 선발예정에 5만8513명이 지원하여 81.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년 구직자들이 공무원 직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정적인 고용 환경 때문이다.

 

공무원은 박봉이라는 사회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7급 공무원을 기준으로 남자 군필자(3호봉)의 경우 2000만원 중반 대까지 연봉이 상승하는 등 대기업 못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 공무원 사회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연금 개혁 및 공무원 퇴출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공무원=철밥통'이라는 사회 인식은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사회 인식 속에 청년 실업 문제가 대두되는 현 상황에서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모습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각 전공 분야에서 소수 엘리트만이 경쟁에서 살아남고 낙오한 이들은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리게 되어 공무원 수험생의 비정상적인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의 합격자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소수의 합격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실업 상태를 지속하게 되어 결국 청년 실업을 더욱 가중시키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시장에서 줄어가는 일자리 속에 각 분야의 소수 엘리트만이 취업에 성공하는 우리나라의 고용 현실 때문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로의 취업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하늘의 별따기'인 현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청년 구직자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 늦은 시각 한 대학 도서관 도서관에 자리 잡은 상당수의 학생이 공무원 수험서를 펴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다양한 학문의 요람이 되어야 할 대학의 도서관이 ‘공무원 양성소’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 권기웅
도서관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청년실업, 탈출구는 없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1인당 GNI 상승, 대외수출 증가 등 여러 경제 지표에서 과거 정부에 비해 많은 향상을 이뤄냈지만, 고용 부문에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출범 당시 435만 2000명에 이르던 20대 취업자는 지난 10월 말 현재 398만 3000명으로 36만 9000명이나 줄었다.

 

이번 대선에 나서는 각 후보들 역시 이러한 점을 비판하고 청년실업률 감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달콤한 공약을 내세우며 청년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그 공약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 갈수록 넘기 힘들어져만 가는 취업 문턱에서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할 청년들이 꿈을 잃고 공무원 수험생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그들 스스로의 의사가 아닌 유례를 알 수 없는 대규모 청년실업의 시대적 상황에 의해 내몰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탈출구는 없는가.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2007.11.28 08:56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