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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 정부 출범 한 달,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생각해 볼 문제들

조선일보

입력 2022.06.11 03:26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 운전 전력에 대해 “언제 한 것이며 여러 가지 상황, 다발성, 도덕성 같은 걸 다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음주 운전 그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할 건 아니다”고도 했다. 음주 운전을 옹호한 것으로 비치는 발언이었다.

박 후보자는 교수이던 2001년 12월 음주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당시 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2.5배 높은 0.251%였다. 음주 운전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다. 긴급 피난과 같은 극히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옹호할 여지가 없다. 문재인 정부 때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만취운전과 거짓 해명으로 낙마했다. 윤 대통령도 대선 당시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공약을 냈다. 국민의힘은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음주 운전 전과를 비판하며 “악질 중의 악질”이라고 했고 윤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했다.

윤 대통령이 출퇴근길에 기자들과 즉석으로 문답을 주고받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란 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대통령의 말은 전국 공무원들과 많은 국민에게 지침이 된다. 다른 사람의 말과는 무게가 크게 다르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발탁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 “필요하면 또 하겠다”고 했다. 또 “과거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되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이렇게 어깃장을 놓는 식의 대통령 화법은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

국민의힘에선 친윤(親尹) 의원 모임인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조찬을 함께 하며 국정 현안에 대한 정책 정보를 공유하고,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인사들을 초청해 민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정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 모임을 갖는 것은 세 과시용 사조직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이 사모임을 가졌지만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고 당내 분열과 논란만 낳았다. 여당 지도부 간 감정 섞인 설전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원회 구성을 정면 비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추태에 가깝다”고 맞받았다.

새 정부 출범 한 달 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다. 비정상들이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다. 하지만 문제들도 노출되고 있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 상황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좀 더 무겁게 움직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