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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 복마전 교육감 선거, 학생들이 뭘 배우겠나

[사설] 복마전 교육감 선거, 학생들이 뭘 배우겠나

중앙선데이

입력 2022.04.16 00:21

지면보기지면 정보

공수처 수사대상 1호 조희연, 3선 도전  

보수 진영 후보도 낯뜨거운 흑색 비방전  

‘정치중립’ 이유로 정당 불개입, 개선해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3선 도전을 선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1호인 그가 무슨 염치로 또 출마하려는지 묻고 싶다. 지난해 조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을 불법 채용한 혐의로 고발돼 현재 재판 중이다. 감사원 및 검찰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2018년 재선 직후 5명을 이미 내정한 상태에서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당시 부교육감과 국·과장, 실무자 등이 모두 위법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특채를 강행했다. 공개경쟁 시험을 가장하고 특정인에게 고득점을 주라는 식으로 일부 심사위원에게 의사를 표한 혐의도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지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조 교육감과의 단일화를 위해 사퇴했다. 만일 특채가 단일화의 대가였다는 점이 입증되면 곽노현 전 교육감과 비슷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경쟁 후보의 사퇴 대가로 2억원을 건넸다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수사가 즐비한 공수처에서 조 교육감 사건이 1호가 된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유죄로 확정판결을 받는다면, 설사 그가 3선에 성공한다 해도 당선 무효가 된다.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이 불법과 비리로 얼룩진다면, 자라날 미래세대가 보고 배울 것은 무엇이겠는가. 조 교육감은 2015년에도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의 1심 선고가 유예돼 가까스로 살아났는데, 이번엔 더 무거운 혐의를 받고 있다. 8년간 그를 믿고 지지한 학생·학부모·교사를 생각해서라도 출마를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보수 진영의 후보들도 볼썽사납긴 마찬가지다.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기는커녕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낯 뜨거운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특히 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진 불법 선거인단 모집 의혹과 개인정보 도용 논란은 서울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들의 도덕성과 양심을 의심케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선거 2·3위였던 박선영·조영달 후보가 이탈했지만, 교육감단일화추진협의회는 조전혁 전 의원을 단일후보로 발표했다. 정통성 시비가 이는 등 혼란스런 사이, 단일화를 주관했던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까지 ‘재단일화’를 걸고 출마해 상황을 더 어지럽게 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후보자가 과거 1년 안에 정당 소속 이력이 없어야 하며(지방자치교육법 24조) ▶선거에 정당이 개입하지 못하도록(46조)하고 있다. 정당 관여를 막아 놓은 상태에서 후보당 경우에 따라선 20억~30억원씩 비용이 드는 선거를 치르다 보니 온갖 이권이 개입하고,신세 진 사람들에게 보은하려다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박선영·이주호·조전혁 후보는 모두 국회의원 출신이며, 조영달 후보 역시 윤석열 캠프 교육정상화본부장을 지냈다. 진보 진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난립해 단일화를 한다며 온갖 복마전을 펼치고, 유권자들은 인물과 정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깜깜이 투표를 하기 일쑤다.

이쯤 되면 교육감 직선제를 근본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영국·독일·일본 등은 지자체의 장이나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임명한다. 시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의 의미를 살리려면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 제도처럼 정당이 개입해 공적인 시스템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낫다. 이미 정치판이 돼버린 교육감 선거를, 정치 중립이란 형식논리로 ‘눈 가리고 아웅’ 해봐야 음성화의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단일화 논란도 일부 시민단체들이 모여 추진하다 보니 늘 공정성 시비가 붙는다. 교육감 출마자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정당 공천이 투명하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 교육감 직선제 개선을 공약했다. 이번 만큼은 제대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