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른소리

[사설]靑 축소 개편 윤곽…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할 첫걸음 되

[사설]靑 축소 개편 윤곽…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할 첫걸음 되길

입력 2022-04-07 00:00업데이트 2022-04-07 09:08
동아일보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개편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수석비서관 직책을 모두 폐지하지 않고 ‘3실장 12수석’ 체제 가운데 정책실장직과 일자리수석·민정수석비서관 직책만 없애기로 했다. 남은 수석비서관의 명칭은 참모 성격이 강조되는 보좌관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에 근무할 인력도 30% 정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방만하고 비대해진 청와대 조직과 인력을 역할과 기능에 맞게 대폭 줄인 ‘작은 청와대’ 구상이다.

정책실장직과 2개 수석직을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정책실은 노무현 정부 때 새로 만들어졌다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없어졌던 조직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부활됐다. 정부 부처가 자율적으로 해도 될 일에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옥상옥’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자리수석은 문 대통령의 ‘1호 지시’였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그러나 민간 영역의 일자리 창출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일자리수석 일자리만 만들었다’는 풍자가 나왔을 정도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들을 관장하는 민정수석은 무소불위 청와대 권력의 상징으로 지목돼 왔다.

청와대 조직 축소와 함께 잘못된 행태도 개선되어야 한다. 청와대는 그동안 정부 부처 업무뿐 아니라 부처 인사에도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는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는 복지부동이 일상화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최근 윤 당선인에게 “인사권자가 책임 장관에게 (인사권을) 주면 공무원 사회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실과 내각의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업무 중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실은 중장기 전략 과제와 미래 비전에 집중하고, 내각은 현안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통령실과 내각도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수평적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안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오랜 숙제였다. 윤 당선인이 지향하는 ‘작은 청와대’가 그 문을 여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