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 정책 설계 ‘文 정부 통계 왜곡’ 시정부터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통계 왜곡 의혹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집값·일자리 등 주요 국가 지표의 통계 작성에 왜곡·분식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 정권의 개입이 있었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작년 2월 “통계 분식 의혹을 감사하라”는 야당 요청을 받고도 코로나 탓을 하며 미뤄오더니 정권이 바뀌자 이제야 감사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신뢰받는 국정 수행을 위해 반드시 바로잡고 넘어가야 할 중대 사안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부작용을 만들어 놓고는 이를 통계 분식으로 가리려는 행태가 문 정부 5년간 반복됐다.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로 소득 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지자 청와대 지시를 받은 국책 연구소들이 가구(家口) 대신 개인별로 통계를 재가공해 ‘상위 10% 근로자만 소득이 줄었다’는 왜곡된 수치를 창조해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인용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불리한 통계가 잇따르자 청와대는 아예 통계청장을 교체해 버렸다. 새 통계청장은 표본 수, 응답 기간, 조사 기법 등을 바꿔 과거 정부의 소득 지표와 비교하기를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일을 저질렀다.
고용 통계는 세금으로 분식했다. 주 1시간 이상만 일하면 ‘고용’으로 잡힌다는 것을 악용해 휴지 줍기, 새똥 닦기 등 일자리라고 할 수 없는 공공 알바 자리를 대거 양산했다. 그렇게 수치만 인위적으로 늘려놓고는 “고용이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임신·질병 등으로 시간제 근무를 하는 근로자를 비정규직 통계에서 제외하는가 하면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쉬는 공공 근로 인력을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로 분류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자 주택 통계에도 손을 댔다. 경실련과 KB은행 통계로는 서울 아파트 시세가 4년간 두 배 가까이 폭등했는데 국토부 장관은 “14% 올랐다”고 발표했다. ‘미친 집값’을 만든 정부가 엉터리 수치를 고집하자 KB가 17년간 해온 집값 통계 작성을 일시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월성 1호기 폐쇄를 위해 가공의 수치로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는 범죄까지 저질렀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통계가 있어야 그 기반에서 옳은 정책을 펼 수 있다. 문 정부는 이념 편향 정책 목표를 먼저 정한 뒤 이를 합리화하려고 통계를 꿰맞춰 왔다. 그러니 정책 실패가 시정되지 않고 반복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새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려면 문 정부의 왜곡된 통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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