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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갑자기 안보 강조하는 문 대통령, 민망하지 않나

갑자기 안보 강조하는 문 대통령, 민망하지 않나

중앙일보

입력 2022.03.23 00:10

업데이트 2022.03.23 00:43

 

2020년 6월 1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남북연락사무소와 인근 지원센터 건물 건립 등엔 세금 700억 이상이 투입됐다. [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북한 도발에 5년간 눈감고 침묵하다

집무실 이전 놓고 연일 안보 메시지

정치 지도자든, 일반 시민이든 메시지의 진정성은 얼마나 일관되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훌륭한 말이라도 수년간 보인 언행과 다르면 지켜보는 이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임기 50여 일을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안보 메시지가 딱 그렇다.

문 대통령은 22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 특히 국가 안보와 국민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회의 내내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강조했다고 한다. 전날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 관계장관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돼 안보 역량 결집이 필요한 교체기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 합참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5월 1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제동임은 불문가지다.

용산 이전을 놓고 안보 우려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고,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5년 내내 숱한 북한 도발에도 나서지 않던 문 대통령이 신구 정권 인수인계 국면에서 연일 ‘안보’를 강조하는 건 쓴웃음을 짓게 한다.

올해 들어서도 정부는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계속 발사해도 ‘도발’이라 하지 않았다. 유엔 대북 규탄 결의안에도 세 번 불참했다가 최근 입장을 바꿨다. 북한 김여정이 “‘도발’이란 막돼먹은 용어”를 쓰지 말라고 지적하자, 이 정부 안보 수장들은 도발이 아닌 ‘위협’이라고 부르고, 수백 억원 세금을 들인 개성공단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항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여당 대표는 “미사일로 안 쏜 게 어디냐”고 했다. 국민은 우리 공무원이 서해 찬 바다에서 피살돼 훼손되고, 탈북한 어부들이 눈이 가려진 채 강제 북송되는 걸 지켜봐야 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해도,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라고 모욕해도 “좀 더 과감하게 대화하자는 속내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며 대화와 종전선언에만 매달렸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에도 남침 대신 북한군의 남하라고 했다.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천안함 희생자 추모식엔 2020년 이후에야 참석했다. 위협의 주체를 희석해 버린, 국민의 자존심도 무너뜨린 지난 5년이었다.

이러니 ‘안보 신경도 안 쓰다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얘기가 나오자 트집을 잡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국가 안보가 아닌 정권 안보가 비상이냐’는 비아냥을 듣는 거다.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안보 공백은 신구 정권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인수인계 거부니, 선거 불복 같은 말이 나오는 파국의 상황이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