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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국가적 숙제로 떠오른 '비호감 코리아'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한국인이 세계에서 존중받도록 하려면 우리의 이미지, 우리의 평판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임기 내에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대한민국은 콩고·가봉·가나 등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뒤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3위 경제대국이다. 지난 60년 동안 경제규모는 750배, 1인당 소득은 300배나 불어났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경제기적을 이룬 대표적 사례'로 한국을 꼽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位相)과 이미지·평판은 이런 경제력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가브랜드 평가기관 안홀크-GMI는 지난해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3510억 달러로 추산했다. 국내총생산의 37% 수준이다. 일본은 그 비율이 224%, 미국은 143%, 네덜란드는 145%로 국가브랜드 가치가 경제규모를 훨씬 웃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순위도 2005년 25위, 2006년 27위, 2007년 32위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왜 그런가. 우선 외국인들은 한국 하면 무엇보다 과격·폭력 시위와 노사분규부터 떠올린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문제 등으로 인해 한국인은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이미지도 굳어 있다. 국민 1인당 공적 개발원조(ODA)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부족하고 인색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결국 정치·사회·문화·국민의식의 발전이 경제성장을 따르지 못한 결과라는 얘기다.

국가브랜드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소프트파워다. 관광, 수출, 외국인 투자유치 같은 경제적 효과만이 아니라 국가의 외교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면 먼저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정부가 혼자 뛰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과 민간단체,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 2008.08.15 22:08 / 수정 : 2008.08.15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