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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 “비핵화는 실패, 북이 이겼다” 안보 정쟁 당장 멈추라

조선일보

입력 2022.10.11 03:26
 
 
북한이 지난달 25일 평북 태천의 한 저수지에서 미니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10일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이 9월25일부터 10월9일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 보름 사이 인민군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7차례 실시했고, 모두 김정은이 현지 지도를 했다고 노동당 창당 77주년인 10일 발표했다. 모의 전술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했고, 계룡대를 뜻하는 ‘적 군사지휘시설’을 비롯해 ‘남조선 비행장’ ‘적 항구’ 등이 타격 목표였다고 밝혔다. 이틀에 한 번꼴로 강행한 각종 미사일 도발이 모두 남을 겨냥한 핵 선제 타격 연습이었단 뜻이다.

우리 군은 북이 핵·미사일 위협을 가할 때마다 ‘3축 체계’ 강화를 강조하지만 이것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은 지난달 25일 발사 때는 저수지에서 ‘미니 SLBM’을 쏘았다며 미사일이 물 위로 솟구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동식발사대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쏜 것으로 추정했던 우리 군 당국 분석이 틀린 것이다. 자체 군사정찰 위성이 없는 우리 군은 발사 지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발 원점을 파악한다 해도 이를 정밀 타격해야 할 현무-2 미사일은 얼마 전 고장을 일으키는 등 아직 불완전하다. 이런 상태로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북의 미사일 운용에 대응하기 어렵다.

김정은이 직접 지휘한 대남 핵공격 훈련은 지난달 북이 법제화한 ‘핵 선제 타격’ 위협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당시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 정권이 핵을 만든 것 자체가 정권 보위를 위해서다. 그런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란 건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역대 민주당 정권은 20여년간 진실에 눈감았다. 핵 개발 초기 김대중 정부는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능력도 없다”며 현실을 부정했고, 그 몇 년 뒤 노무현 정부는 “북이 반드시 핵을 포기할 것”이라며 국민을 속였다. 북이 핵·미사일 폭주를 계속하는데도 해마다 쌀과 비료 수십만톤을 퍼주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해 달러도 공급해줬다. 북핵에 맞설 비군사적 방법은 고강도 제재로 핵개발 자금의 유입을 틀어막는 것밖에 없는데 거꾸로 북의 핵개발을 우회 지원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제재에 허덕이던 북이 돌연 핵폭주를 멈추는 척하며 평화 공세를 펴자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며 전 세계를 속이고 트럼프에겐 보증까지 섰다. 견고했던 대북 제재망이 느슨해지며 북은 숨통을 틔우고 핵무력 고도화의 시간을 벌었다. 그 결과를 지금 지켜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비핵화를 고집하는 것은 실패했다’는 미국 핵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이 이미 이겼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놀아난 민주당은 지난달 ‘핵 선제 타격’ 법제화 소식이 전해지자 침묵하더니 정부가 북의 연쇄 도발에 맞서 미·일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자 연일 “국방 참사” “친일 국방”이라 비판한다. ‘북의 핵포기’란 허상을 만들어 ‘남북 쇼’만 궁리하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이 반성은커녕 북핵 대응에 나선 정부 헐뜯기에만 열심이다. 현실이 된 북의 핵 위협 앞에서 이젠 정쟁을 멈추고 안보 태세 확립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