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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 간부들이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 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 현장에는 50여 명, 온라인으로 140여 명이 각각 참석했다고 한다. 회의를 제안하고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면 법적 제도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 지휘부는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면서 류 총경을 대기 발령했다. 복무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해 다른 참석자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 산하 민정수석을 폐지하면서 경찰을 통제하고 조종할 새로운 체제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경찰청이 법률상 소속돼 있는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 간부들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명분 삼아 경찰국을 만드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수족이나 다름없는 민정수석 지휘를 받는 종전 시스템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문재인 정권에서 경찰이 대통령실 의중을 떠받들기 위해 해온 낯 뜨거운 일들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대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드루킹 사건 때 대통령 최측근이 개입한 증거가 나오자 경찰은 수사를 뭉개며 증거 인멸을 도왔다.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려는 민정수석실 지시에 따라 경찰은 야당 후보에 대한 하청 수사를 했다. 초대 공수처장으로 거론됐던 민변 출신 친정권 인사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 기사에게 거짓 증언을 유도한 것도 경찰이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에 붙인 청년에게 ‘건조물 무단 침입’ 혐의를 뒤집어씌우기도 했다.
경찰국에 반대하는 취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찰이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치안과 질서 유지를 핵심 업무로 하는 경찰이 숫자의 힘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면 다른 집단들의 불법 집회나 시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자신들의 범죄를 덮기 위해 검찰 무력화에 앞장섰던 민주당 사람들이 수사의 독립성을 외치며 경찰을 거들고 나서는 것도 볼썽사납다. 울산시장 공작에 앞장선 공로로 집권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경찰 출신 의원은 “후배들을 응원한다”고 했다. 없는 죄 뒤집어씌우고, 있는 죄 덮던 사람들이 어떻게 수사의 독립성 운운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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