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 폭탄’ 예상대로 애꿎은 무주택 서민에 전가되기 시작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급등으로 세금 부담이 커진 주택 소유자들이 전·월세 세입자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물론, 자기 집을 임대 준 1주택자들도 세금 낼 돈을 마련하려 전·월세 가격을 속속 올리고 있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비용 전가가 이뤄지면 결국 임대 시장 생태계의 아래에 있는 무주택자들이 최종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이 문제라며 ‘세금 폭탄’을 던졌지만 집값 떨어지기에 앞서 무주택 서민들이 먼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400만가구 중 자기 집에서 실거주하는 비율은 43%뿐이다. 나머지 57%인 230만가구가 전·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보유세 떠넘기기’가 본격화되면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세입자들이 수십만, 수백만 가구에 달할 수 있다. 특히 세금 납부용 현금이 필요해진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를 월세로 전환시키는 바람에 무주택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월세를 일부라도 내는 조건으로 거래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이 5만6100건으로, 2011년 통계 집계 후 최대치다. 지난 4년새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40% 가까이 올랐다.
이 정부는 출범 후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여 ‘미친 집값’ ‘미친 전셋값’을 만들더니 이제 엉뚱하게 세입자들이 세금 부담을 떠안도록 만들었다. 잘못된 정책으로 이 지경을 만든 정부가 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월세 사는 청년들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2개월 지원하는 방안을 2년 한시로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선용 현금 뿌리기란 지적도 있지만 늘어난 서민들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지금도 월세를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근로자만 대상인 데다 전용 85㎡ 이하 또는 기준시가 3억원 이하 등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도움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은퇴 고령자나 자영업자, 실업자 등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당장 월세 세액공제 제도부터 과감히 확대·보완해 무주택 서민층이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애초에 보유세 폭탄은 서민에게 전가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에게 폭탄이 떨어지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래도 정부는 보유세가 소수만 내는 세금이라며 밀어붙였다. 무능과 고집이 합쳐져 서민들을 괴롭히는 게 대체 몇 번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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