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힘 이런 맹탕 비전발표회 왜 했나
동아일보 입력 2021-08-27 00:00수정 2021-08-27 08:54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의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최재형, 박찬주, 안상수, 장성민, 원희룡, 하태경, 황교안, 박진, 장기표, 유승민, 홍준표 예비후보. 사진공동취재단
그제 열린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비전발표회는 대선주자들이 처음 모여 정책 비전을 밝히는 자리였지만 시종 맥 빠진 분위기였다. 발표회 당일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 사퇴와 대선경선 포기를 선언해 참석자도 13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상호 토론도 없이 각자 준비한 원고를 발표하고 끝내다 보니 행사가 끝날 무렵엔 대부분의 자리가 비어 썰렁했다. 이준석 대표와 일부 대선주자들의 갈등으로 인해 행사가 원래 계획됐던 2차례의 토론회에서 ‘토론 없는 발표회’로 바뀐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대선주자들이 발표한 내용은 정권교체의 당위성과 무너진 경제 회복 방안을 포함해 청년 일자리, 사법기관 정상화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있었다. 그러나 주제가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채 각자 하고 싶은 얘기만 쏟아내다 보니 산만하고 두루뭉술한 겉핥기에 그쳤다. 대선주자들의 정책·비전을 뒷받침할 재정 계획 등 세부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실한 진행 과정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장소에 10명이 넘는 대선주자들을 불러놓고서 각자 발표시간을 7분씩으로 못 박은 것부터 내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상태에서 주요 이슈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하지도 못하게 했으니 정책의 비교 검증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오죽하면 당내에서도 “초등학교 학예회 발표 같았다”라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왔겠는가.
국민의힘은 이번 발표회가 대선후보 등록 전 예비 행사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후보 등록을 했든 안 했든 대선주자들의 발표회라면 치열한 상호 검증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야당 대선주자들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기념사진 찍는 수준의 행사가 될 게 뻔한 이런 맹탕 발표회는 아예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제 출범한 정홍원 선거관리위원회는 실패한 이번 비전발표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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