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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與 ‘언론징벌법’ 당장 철회하라

[사설]與 ‘언론징벌법’ 당장 철회하라

동아일보 입력 2021-08-25 00:00수정 2021-08-25 08:57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집권 여당이 오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등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독소조항이 가득해 ‘언론재갈법’ ‘언론징벌법’ 비판이 쏟아지는 법이다. 정의당이 “민주주의의 역행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이라고 했을 정도로 우려가 큰 악법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일 태세다.

 

집권 세력의 입법 폭주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언론자유에 직결된 법안까지 이처럼 의석수의 힘만 믿고 처리하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언론개혁과 가짜뉴스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손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유튜브에서 난무하는 가짜뉴스 문제는 쏙 빠지고 제도권 언론을 타깃으로 삼은 것부터 이를 방증한다. 그 이면엔 당론을 좌지우지하는 친문 강성 지지층이 있다. 여당 유력 대선 주자들은 연일 문자폭탄으로 압력을 넣는 친문 지지층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는 “입법부의 일이라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암묵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 법’이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징벌적 손해배상에 있어 고의, 중과실 사유를 예시 또는 열거해 추정하는 형태는 이미 제도가 도입된 다른 법률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언론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민변은 특히 “유례없는 입법 속도전”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작금의 언론중재법 논란은 단순히 ‘오보’ 및 그에 대한 ‘징벌’ 수위가 적정하냐의 차원을 넘어섰다.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느냐의 문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비화됐다. 임기 말 현 정권의 각종 문제나 비리들이 속속들이 파헤쳐지는 걸 막으려는 속셈이라면 오산이다. 집권 여당은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언론자유를 후퇴시킨 장본인들로 역사에 남을지 말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여당 의원들은 민주주의 역사를 발전시켜 온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연방 의회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