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입력 2021-04-08 00:00수정 2021-04-08 00:00
與 국정 전면쇄신하고 野 혁신고삐 조여야이변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투표 전 여론조사 추세대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는 민심이 문재인 정권 4년을 심판한 결과다. 국민의힘 오세훈, 박형준 후보는 큰 표차로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 이후 전국단위 선거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불과 1년 전 21대 총선에서 여당에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의 대반전이었다.
이번 선거는 여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문제로 치러졌다. 그런데 여당은 선거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 자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바꿔 후보를 냈다.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표심은 크게 요동쳤다. 지난 4년간 부동산 대책을 20차례 넘게 쏟아내고서도 집값을 잡지 못한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불씨를 키웠다. 여당은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읍소했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진 못했다. 부동산 정책의 총사령탑이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위선적 행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여당이 내곡동 생태탕 논란 등 네거티브 총공세를 폈지만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 투표율은 56%를 넘겼다. 역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선 중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야당 시장 임기는 1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민들은 정권 심판의 한 표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집권 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의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정부 여당은 1년 전 총선 압승에 취해 오만에 빠져들었다. 친문 강경 지지층과 거여의 의석수만 믿고 설익은 정책들을 밀어붙이며 입법 폭주를 했다. 이런 독선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국정기조 전반을 점검하고 전면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여당이 선거기간에 약속한 대로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야당 지도부는 물론 야당 시장들과도 머리를 맞대는 진정한 협치를 해야 한다. 서울에서 구청장과 시의회를 장악한 여당이 사사건건 야당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행여라도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편 가르는 진영 정치를 심판한 보선 민의를 외면할 경우 민심은 더욱더 여당에서 멀어질 것이다. 내각과 여당 지도부 개편이 국정 쇄신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정부 여당의 패배다. 정권 심판 여론이 웬만한 이슈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이번 승리에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야당이 구태를 벗어나 중도층까지 외연을 넓히는 혁신에 매진하지 못하면 민심의 회초리는 언제든지 야당을 향할 수도 있다. 과감한 세대교체와 함께 미래 수권세력에 걸맞은 정책비전도 더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다. 그러나 정권의 향배가 걸린 대선은 차원이 다른 선거다. 관건은 결국 민심이다. 출구조사에서 현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2030세대가 이번엔 등을 돌렸듯이 민심은 생물처럼 움직일 것이다. 이제부터 여야가 본격적인 쇄신과 혁신 경쟁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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