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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美日과 “대북 제재” 강조한 날 中 “완화”… 엇박자 자초한 韓

동아일보 입력 2021-04-05 00:00수정 2021-04-05 00: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미일 안보실장이 2일 만났다. 이들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했다. 하지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몇 시간 뒤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며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을 협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에서 미국이 동맹과 함께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한 만큼 새 대북 정책에도 이런 강경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 필요성에 공감했다면서도 이를 공동성명에 담지 않았다.

 

북-미가 양보 없는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북-중은 갈수록 밀착하는 모습이다. 미중 간 대북 접근법에 대한 이견이 심해지면 북핵 논의도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왕이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에 대한 해결을 촉구했다. 이 문구는 중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를 강조할 때 주로 등장해왔다. 북-미 대화가 장기간 공전하고 있는 것이 미국 탓이란 지적과 다름없다.

미중의 대북 인식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같은 날 열리는 바람에 이런 엇박자가 눈에 띄게 부각됐다. 또 서훈 안보실장이 미국에서 미일과 제재 공조를 강조할 때,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중국에서 제재 완화 얘기를 나눈 셈이 된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대북 조급증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우리 외교부는 “중국 측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는 점을 강조해서 회담 성과를 발표했지만, 정작 중국 쪽 발표에서는 이런 언급 자체가 없었다.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해 한국만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정부가 이들 회담에 동시에 나선 것은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의 협조를 얻어 북핵 대화를 조속히 정상화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더구나 미국이 ‘톱다운’ 대화에 거리를 두고 있어 우리 정부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