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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시한부 장관 변창흠에 맡겨진 만신창이 2·4대책 법안

 

동아일보 입력 2021-03-15 03:00수정 2021-03-15 09:35

 

정부는 어제 정세균 총리 주재로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LH 개혁과 투기 방지책 마련 방침을 밝혔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했는데 정부는 LH 임직원의 토지 취득을 제한하고 농지제도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이런 대책을 만들 핵심 인사 중 하나가 변 장관이다. 그는 이틀 전 사의를 표명했지만 2·4공급대책 추진을 이유로 사표 수리가 미뤄져 ‘시한부 장관’이 됐다. 물러날 장관이 주요 정책 입안을 맡고, 본인도 책임이 있는 LH 사태의 수습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2·4공급대책의 핵심은 역세권과 저층주거지, 재개발·재건축 단지 등에서 공공 주도로 주택을 짓는 것이다. 집 지을 땅은 민간 소유다. 주택을 지으려면 주민이 공공을 믿고 집과 땅을 맡겨야 한다. 대책에 포함된 신도시 개발도 주민의 토지 수용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LH 투기 의혹으로 공공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변 장관이 이끄는 공공 개발에 선뜻 재산을 맡기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정부는 당장 3월 중 도심 개발사업 후보지와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를 발표해야 한다. 4월에는 2차 신규 공공택지가 발표된다. 하지만 LH 사태 이후 서울 도심에선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2차 신규 택지도 투기 문제를 비켜가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변 장관 주도로 2·4공급대책과 관련된 법안의 기초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주택특별법 도정법 등의 개정안을 3월 중 통과시킬 방침이다. 주택 공급의 틀을 바꾸는 법안을 이미 신뢰에 흠집이 난 변 장관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LH 1차 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20명 가운데 11명의 토지 구입 시기가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그런 장관이 이제는 LH에 준법윤리감시단과 투기방지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의 장관 재임 기간이 늘어날수록 정부 투기 대책의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LH 사태로 2·4공급대책은 추진동력을 크게 잃었다. 여기에 ‘변창흠표’ 꼬리표까지 붙으면 더 꼬일 수밖에 없다. 변 장관은 이미 국토 정책의 수장으로서의 신뢰를 상실했다. 어정쩡한 경질로 넘어갈 수준이 아니다. 2·4공급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국정 최우선 과제라면 하루라도 빨리 변 장관 사표를 수리하고 새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

#시한부#장관#변창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