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른소리

[사설] 野 동의 못 받은 29번째 장관급 인사… 부끄러운 기록이다

입력 : 2021-02-10 23:14:13 수정 : 2021-02-10 23:14:12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함에 따라 그는 야당 동의를 얻지 못한 29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문재인정부에서 청문보고서가 여당 단독으로 채택되거나 채택이 불발된 채 임명된 사례는 노무현(3건)·이명박(17건)·박근혜(10건)정부 시절의 총합에 육박한다. 남은 임기를 감안하면 어느 정부도 깨기 힘든 기록을 세울 것이다. 부끄러운 흑역사다. 여권은 이에 개의치 않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모습이다. 민주당은 청문회가 끝난 지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청문회 제도를 통과의례로 여긴다. 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협치·소통의 리더십을 다짐했는데, 헛말을 한 셈이다.

 

황 장관은 청문회에서 공직을 맡으면 뒤탈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도덕성 문제를 드러냈다. 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 시절인 2017년 제출한 연세대 박사학위 논문을 둘러싼 표절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논문 지도교수는 국토위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황 장관이 이를 영문으로 직역해 베꼈다는 것이다. 야당은 “표절 논란이 아니고 국회의원의 권력과 국민 혈세를 이용해 학위를 취득한 신종 수법”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용역을 준 것은 오늘 안 사실”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청문회 내내 재산 형성 과정을 명확히 소명하지 못해 의혹을 키웠다. ‘가족 생활비 60만원 의혹’에 대해 “60만원 얘기한 적 없다. 실제 생활비로는 300만원 정도 썼다”고 둘러댔다. 46개 가족 명의 통장에 대해선 소액 계좌가 있는지도 모른 채 새 통장을 발급받아 생긴 일이라고 변명했다.

 

‘국회 본회의 기간 스페인 가족여행’, ‘자녀 고액 외국인학교 입학’ 등 도덕성 논란은 차고 넘친다. 국무위원은커녕 공직자의 기본 자세와 인식도 결여됐다. 게다가 전문성도 없는 친문 인사다. 애초 문체부 수장 자격이 없는 ‘코드 인사’라는 게 중평이다. 청문회에서 부적격자임이 검증된 만큼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대표적 수단이 인사청문회다. 문 대통령의 ‘묻지마 임명’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위협한다. 청문회 제도는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오죽하면 야당이 “30번을 채우게 되면 청문회는 아예 치워라”라고 꼬집겠는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