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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민형사 이중징벌에 3배 배상…비판언론 족쇄 채우려는 巨與

동아일보 입력 2021-02-10 00:01수정 2021-02-10 05:21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언론 규제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유튜버와 같은 1인 미디어뿐만 아니라 신문과 방송의 인터넷 보도에 대해서도 고의적인 거짓 정보로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법원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내용을 보면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는 위헌적 과잉 입법이다. 먼저 현행 형법으로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을 처벌하고 민법상 손해배상까지 인정하는데 배상액을 3배까지 늘리는 것은 가뜩이나 문제 있는 이중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극소수의 경제 사범만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를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가진 언론사에 적용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의 비판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의 남발도 우려된다. 권력이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사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해당 언론사뿐만 아니라 언론 전체의 비판 보도에 대한 위축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도 정부나 정치 집단이 패소해도 좋으니 추가 보도를 막고 보자는 의도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정치적인 분열이 심각한 상황에서 악의적인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도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은 크게 위협받게 된다.

여당이 내놓은 언론규제법안에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언론사의 정정 보도를 최초 보도의 절반 분량으로 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인터넷 기사 열람 차단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정정 보도 크기를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언론의 편집권 침해이며, 기사 차단 청구를 인격권이나 사생활 침해와 같은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이유로 할 수 있게 허용한다면 언론의 자유 침해이다. 정치권이 기사 차단 청구권을 악용할 가능성도 크다.

가짜뉴스의 폐해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언론의 자정 노력과 현행 언론규제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해결할 일이지 권력이 나설 일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언론 피해 구제라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기로 귀착될 언론 악법 추진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