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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 전문가들에게 “돌팔이”라는 이 대표, 누가 진짜 ‘돌팔이’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3.06.20. 03:24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에서 “여당이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게 괴담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 그게 진리인 것처럼 홍보한다”고 했다. 원자력 전문가를 돌팔이라고 몰아세우고 유엔 기구인 IAEA 검증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원전 처리수 방류는 기본적으로 일본 문제다. 그런데 이에 대해 너무나 비과학적인 괴담을 퍼뜨리면 우리 수산물 업계가 피해를 본다. 민주당의 괴담에 대해 국내외 원자력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위험을 과장해 국민 불안을 조장한다”고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방류에 따른 한국인의 방사선 피폭량은 흉부 X레이 한 차례 찍을 때의 10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학자들도 대부분 세슘과 스트론튬 등 방사성물질은 ALPS라는 정화 장치로 거르고 삼중수소도 바닷물로 희석하기 때문에 국내 유입량은 자연 발생량보다 적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물질의 바다 유입은 중국 원전에서 50배 더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민주당 인천시당이 부평역 앞에서 개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여당이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게 괴담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이 과학자들은 원자력·방사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능력을 인정받은 국내외 주요 대학 교수와 전문가다. “공포 대신 과학으로 풀자”고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국제적 방사선 안전 기관인 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위원을 지냈다. 각종 괴담에 대한 일일 브리핑을 하는 대학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일했다. 최근 후쿠시마를 방문한 시찰단도 대부분 원자력 안전을 10~20년 이상 연구한 전문가다.

그런데 한국 정치판은 자기들 이익에 맞지 않으면 이 전문성을 대놓고 무시한다. 원자력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인 이재명 대표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설명을 하는 전문가들을 ‘돌팔이’라고 비난하는 지경이다. 이들은 ‘사실’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적 이익, 손해만이 관심사다.

이 대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고 구속영장 청구 땐 제 발로 출석해 영장 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는 대선 때도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했지만 지난 2월 개인 비리로 영장이 청구되자 불체포 특권 뒤에 숨었다. 뇌물과 돈 봉투 사건으로 수사받던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 대표 취임 후 지금까지 열 달 넘게 방탄 국회를 열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 동의안을 부결하자 검찰은 이미 이 대표를 불구속으로 기소해 재판이 열리고 있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결국 더 이상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 것 아닌가. 그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어온 이 대표가 갑자기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니 그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