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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사설] 한은 총재 “집값·주가 급락” 경고, 각자 빚 줄이고 긴축해야

조선일보

입력 2022.07.15 03:24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연 2.25%로 0.50%p 인상함에 따라 은행권 대출금리도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외벽에 걸려있는 대출금리 현수막 모습./뉴스1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굉장히 높은 수준인 부동산·주식 가격도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총재가 자산 가격의 방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자산 시장의 거품 붕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집을 사려는 사람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1800조원대 빚을 안고 있는 가계엔 심각한 문제다. 80%가량이 변동금리 대출이라 기준금리 인상은 고스란히 이자 추가 부담으로 연결된다. 한은 총재 전망대로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연내 3.0% 수준까지 올리면 이자 부담이 10조원 가량 더 늘어날 것이다.

급속한 금리 상승은 ‘미친 집값’ 여파로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악재다. 거래 절벽이 장기화하면서 집값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700여 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0%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년 전보다 53%나 늘어나 6만건 이상 쌓여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7월 첫째 주까지 6주 연속 하락세다.

 

미국발 금리 상승 여파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나라일수록 집값 급락세도 가파르다. 작년까지 주택 가격 거품 1~3위였던 뉴질랜드·캐나다·스웨덴에선 금리 인상과 더불어 집값이 고점 대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전국 집값이 1년 새 18%나 폭락한 적이 있다. 특히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주택 구입)에 나섰던 2030 세대는 급증하는 이자 부담과 떨어지는 집값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자산 시장 냉각 조짐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 과중한 빚에 허덕이는 가계는 정부가 마련할 안심전환대출 등을 활용해 최대한 이자 부담을 줄이고, 중산층 가계도 불요불급한 씀씀이를 줄이고 가계 살림 긴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부채 취약 계층의 채무 구조조정을 돕는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도 별도로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