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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

[박정훈 칼럼] 기득권 좌파가 자멸했다, 자기모순 때문에

 

[박정훈 칼럼] 기득권 좌파가 자멸했다, 자기모순 때문에

‘윤석열 드라마’는
한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거대한 시대정신이
그를 불러내
시대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었다

입력 2022.03.11 00:00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2022.03.10. /사진공동취재단

정치 근처에도 안 가본 강골 검사가 정계 입문 1년 만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이것은 윤석열 개인이나 특정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숨 가쁘게 펼쳐진 대선 드라마의 주역은 정권 교체라는 거대한 시대정신이었다. 윤 당선인은 논란도 많은 후보였지만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 열망이 더 컸다. 윤 당선인은 자신이 시대정신에 올라탔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실은 시대정신에 소환당한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그를 불러내 시대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었다.

정권 교체론이 대선 정국을 지배한 것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권 덕분이다. 불통과 오만, 분열과 갈등으로 역사를 후퇴시킨 문 정권 5년이 대선을 정권 심판장으로 만들었다. 정권 교체냐 연장이냐 하는 프레임이 모든 이슈, 모든 어젠다를 집어삼켰다. 여당은 온갖 퍼주기 공약과 선거 공학 기술을 쏟아냈지만 먹히지 않았다. 좌파 재집권을 끝내야 한다는 국민의 집단 지성이 모든 것을 압도한 선거였다.

이 거대한 드라마는 2019년 8월 9일 막을 올렸다고 생각한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조국 게이트’의 시작이었다. 권력 핵심의 가면 뒤 행태를 통해 국민은 586 운동권의 위선적 실체를 생생히 목격하게 되었다. 문 정권엔 불행이지만 대한민국에는 다행한 일이었다. 만약 그날의 개각이 없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특권과 반칙, 내로남불 위선의 실상이 가려진 채 ‘조국 대통령’ 시나리오가 현실화됐을지도 모른다.

일련의 사건이 586 권력 집단의 정체를 드러내주었다. 자녀 스펙을 만들려 반칙을 일삼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생하고, 재개발 건물까지 손대는 그들은 우리가 알던 민주화 운동가가 아니었다. 돈과 잇속과 자리를 탐내는 속물 집단과 다름없었다. 서민에겐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라면서 자기들은 부동산 재테크를 하고 자식을 외고 특목고에 보내는 그들을 보며 사람들은 ‘생계형 진보’에 대한 환상을 깨게 됐다.

선거 기간 내내 윤 당선인은 공정과 정의의 어젠다를 독점했다. 기막힌 역설이지만, 그렇게 만들어 준 것이 문 정권이었다. 문 정권은 세상을 더 불공정하고 더 불의(不義)하게 만듦으로써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했다. 위안부 장사꾼 윤미향, 악덕 기업인 이상직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온 나라를 편 갈라 내 편 챙기기에 몰두했다.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려 청와대가 선거 개입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기회는 공정하지 않고 결과는 평등하지 않았다. 집값 급등은 청년들을 영원한 무주택자로 전락시켰고, 일자리 참사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국민 아닌 조국에게 “미안하다”는 대통령을 보며 사람들은 공정의 가치마저 내로남불이 된 세상을 목격하게 됐다.

이재명 후보 역시 불공정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가 설계했다는 ‘대장동’은 공공 이익 수천억 원을 업자에게 넘겨준 희대의 스캔들이었다. 이 후보가 부인하면 할수록 더 깊숙이 대장동의 늪에 빠져들었다. 열세를 만회하려 통합 정부론이며 대장동 특검까지 온갖 카드를 다 꺼내 들었지만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정권 교체를 바란다는 여론은 한 번도 50%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선거 내내 “정권 교체”만 줄기차게 외쳤다. 정권 교체론 하나로 선거를 이겼다.

윤 당선인의 ‘억세게 좋은 운’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 정권의 실정(失政)으로 부동산·탈원전 부작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대장동 스캔들, 주변 인물의 잇따른 사망, 법카 유용, 불법 의전처럼 상대방을 괴롭히는 이슈가 끊임없이 이어져 반사이익을 누렸다.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이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윤 당선인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행운이 그를 따라다니는 듯했다.

그러나 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기득권이 된 운동권 좌파의 내부 모순이 곪아 터져 표출된 필연적 결과다. 법치 무시, 공·사 혼동, 내로남불 위선, 편 가르기 갈등 정치, 이념 편향, 친북·친중 사대 본능 등이 쌓이고 쌓여 정권 교체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다. 좌파 권력이 자기모순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다. 적폐가 된 ‘사이비 진보’는 퇴장하라는 것이 이번 선거의 메시지다. 아슬아슬하게 졌다는 이유로 좌파 5년의 흑(黑)역사까지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윤 당선인은 자신을 끌어내 국가 경영을 맡긴 시대정신이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좌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0.7%포인트 차로 승리를 안겨준 국민의 집단 지성이 오묘하다. 오만하게 굴지 말고 독선 부리지 말고 불통하지 말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