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선 끊고 협박수위 높인 北… 南 저자세가 부른 학습효과
동아일보 입력 2021-08-12 00:00수정 2021-08-12 08:48
평택 미군기지에 착륙하는 美정찰기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10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한미는 13일까지 본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진행한 뒤 16∼26일 본훈련을 진행한다. 규모는 이전보다 크게 축소됐다. 평택=뉴스1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11일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비난하며 “엄청난 안보 위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협박 수위를 한껏 높인 것이다. 북한은 14일 만에 복원됐던 남북통신선도 일방적으로 이틀째 끊었다.
이번 연합훈련은 연례적으로 열리는 방어적 성격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올해는 참여인원마저 대폭 줄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문제 삼으며 보복까지 운운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의 안보주권까지 좌지우지하려는 북한의 오만한 태도가 선을 넘고 있다. 이쯤이면 잠시 연결했던 통신선도 연합훈련 중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끼였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김여정은 10일 처음으로 직접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했다. 연합훈련이 쪼그라들어 실시된 첫날을 기다렸다는 듯 더 큰 요구를 꺼냈다. 이는 물론 김정은의 뜻일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는 무관하게 전적으로 한미 간 결정에 달린 것”이라며 “그런 점에 대해서 김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왔으면 북한에 항의를 하거나 적어도 유감 정도는 표시해야 마땅하지만 청와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대신 통일부를 내세워 ‘유관부처들 입장’이라며 북한에 긴장을 높이지 말고 대화에 나설 것을 되풀이했다. 앞서 통신선 복원 발표 때는 친서 교환 사실까지 공개하며 직접 나섰던 청와대가 상황이 악화되자 뒤로 쏙 빠진 셈이다.
물론 정부가 대화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해 말을 아끼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저자세가 반복되면, 막무가내로 굴수록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북한에 심어줄 것이다. 언제까지 북한에 끌려다니면서 눈치만 살필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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