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밀면 밀린다’ 확인한 김여정 “미군 철수”, 이것도 들어줄 건가
조선일보
입력 2021.08.11 03:26
북한 김여정이 한미 훈련 중단에 이어 '미군 철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북한 김여정이 10일 시작한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될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가 김여정의 ‘훈련 중단’ 요구에 한국군 참가 병력을 2017년의 12분의 1로 줄였는데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은 이날 오후 남북 통신선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난달 말 북한이 통신선을 복구하자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고 여당은 “가뭄 깊은 대지에 소나기처럼 시원한 소식” “한반도 관계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환호했다. 그런데 남쪽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요구 사항을 100% 수용하지 않자 곧장 선물을 거둬들인 셈이다. 북한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남북 통신선을 6차례나 열었다 차단하길 반복해 왔는데 그 버릇이 또 도졌다.
김여정은 “미군 주둔이 한반도 화근” “미국 전쟁 장비 철거하라”고 했다. 훈련 취소를 넘어 주한 미군 철수까지 들고 나왔다. 그는 “위임에 따라 발표”라고 했는데 미군 철수가 김정은의 요구 사항이란 뜻이다. 북은 김여정 한마디에 대북 전단 금지법이 생겨나고 한국 안보 장관들의 목이 날아가는 걸 봤다. 올 1월 김정은이 ‘3년 전 봄날’을 언급하며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북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국군용 백신을 받고도 “코로나로 대규모 훈련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얼마 전 김여정이 ‘훈련 없애라’고 하자 통일부·국정원에 이어 범여권 의원 70여 명이 맞장구치는 것도 목격했다. 한국 안보와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도 밀면 계속 밀린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니 한미 훈련을 넘어 주한 미군 철수까지 건드리는 것이다.
중국은 ‘한미 훈련 중단하라’는 내정 간섭을 해놓고 최근 러시아와 병력 1만명을 동원한 연합 훈련에 돌입했다. 북은 지금 순간에도 핵·미사일 능력을 증강하고 있다. 한미 동맹은 북한의 오판과 중국의 패권욕을 막는 유일한 안전판이다. 그 핵심이 연합 훈련과 주한 미군이다. 한국 안보의 양대 축이기 때문에 북은 6·25 이후 줄기차게 없애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런데 이 정부는 지난 3년간 연대급 이상 실전 훈련을 한 번도 하지 않아 연합 훈련을 형해화했다. 대선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를 재개할 수 있으면 북의 어떤 요구라도 들어줄 태세다. 김씨 남매가 외치는 ‘미군 철수’에 이 정부가 어떻게 응답할지 정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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