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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美 또 실기동 없는 도상훈련, 이러니 北 기고만장

[사설]韓美 또 실기동 없는 도상훈련, 이러니 北 기고만장

동아일보 입력 2021-07-05 00:00수정 2021-07-05 08:47

 

지난 3월,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미 정부가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을 8월 둘째 주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실시하기로 큰 틀에서 의견을 모으고 세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연합훈련 때처럼 대폭 축소된 규모로 야외 기동훈련 없이 도상(圖上)연습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 이래 4년째 실기동훈련 없이 이뤄지게 됐다.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는 진작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때문에 대규모 훈련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힌 이래 정부여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훈련 중단 또는 축소 주장이 나왔던 것에 비춰보면 익히 예상됐던 일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외교를 우선에 둔 북핵 해결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북한을 어떻게든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단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합훈련 축소는 북한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만들고 있다. 연합훈련 축소는 남북, 북-미 간 정상외교가 한창이던 2018년 대화 지속과 도발 중단을 전제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9년 말 이래 북한은 모든 협상을 거부한 채 대화도 대결도 아닌 어정쩡한 긴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단거리미사일로 거침없이 대남 도발을 자행하면서도 핵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은 애써 자제하는 척 위협만 하면서 핵능력을 키울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비정상 국면이 4년째 이어지면서 당장 대북 대비태세의 약화는 물론 주한미군의 존립 근거도 위태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훈련은 주한미군 주둔, 연합사령부 체제와 함께 한미동맹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축이다. 실질적 기동훈련도 없이 대대급 이하 훈련만 하는 연합군이 북한의 기습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한미동맹도 실체는 사라지고 앙상한 몰골만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연합훈련 축소 소식도 유·무인 정찰기 등 미국 전략자산들이 한반도 주변 상공에 집결한 가운데 나왔다. 북한군이 1일 하계훈련에 돌입한 데다 7·4 미국 독립기념일을 즈음한 북한의 대형 도발 가능성에 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한미는 진정 도발을 막기 위한 힘의 과시는커녕 우선 북한을 달래고 보자는 정세관리론에만 기대고 있다. 이러니 김정은도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한다”는 요망한 말장난으로 한미를 희롱하고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