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 재고 바닥나 접종 중단 사태, 이게 우리의 현실
조선일보
입력 2021.05.01 03:26 | 수정 2021.05.01 03:26
3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문화체육관 백신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경남은 함안·창녕·고성·남해·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 등 군 단위 9개 지역에서 1차 접종분이 소진돼 화이자 1차 접종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방역 당국이 30일 75세 이상 고령층에게 접종 중인 화이자 백신에 대한 추가 예약을 일시 중단하라고 일선 접종 기관에 요청했다. “주 단위 물량 도입으로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니 2차 접종을 차질 없이 하기 위해 신규 1차 접종 추가 예약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한마디로 백신 물량이 부족하니 1차 접종 예약은 당분간 받지 말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서울은 5월 8일까지만 접종 예약을 받고, 부산·세종·전남 등은 1일부터 예약을 받지 않는다. 인천·경남 등은 이미 1차 접종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최근 하루 20만~30만명이 접종하자 금세 백신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 100만명분, 화이자 106만명분 등 206만명분의 백신이 들어왔는데 현재 남아 있는 화이자 물량은 25만명분 정도다. 사실상 바닥이 난 것이다. 정부는 하루 최대 150만 회까지 접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를 풀 가동할 경우 206만명분은 며칠이면 다 맞힐 수 있는 물량이다. 그걸 지난 2월부터 두 달 넘게 매일 찔끔찔끔 접종해 마치 백신 접종이 선진국들처럼 이뤄지는 듯 눈속임을 하다 그마저도 한계에 온 것이다.
백신 접종 중단 사태는 그동안 우려해온 5월 백신 가뭄이 현실화한 것이기도 하다. 이게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의 현실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백신 조기 확보 실패에 대해 사과하거나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백신 부족에 대해 우려하면 ‘가짜 뉴스’라고 눈을 부라리며 입을 막는 데만 주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날도 ‘2차 접종에 집중하기 위해’ 등과 같은 말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영국 등 조기에 백신을 확보한 나라들은 이미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등 일상으로의 복귀에 접근해 가고 있다. 정부는 6월 말까지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1000명 이하를 유지하면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 거리 두기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최소한 앞으로 두 달은 과학적인 근거도 부족한 5인 모임 금지 등 말할 수 없는 불편을 온 국민이 겪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백신 확보가 늦은 점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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