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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머니姓 선택 가정기본계획 이렇게 불쑥 제기해도 될 일인가

[사설] 어머니姓 선택 가정기본계획 이렇게 불쑥 제기해도 될 일인가

    • 입력 : 2021.04.28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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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아버지의 성(姓)을 우선적으로 따르게 하는 `부성 우선원칙`을 정부가 폐기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모가 자녀의 성을 출생신고할 때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아 여성가족부가 제출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이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혼인, 출산, 가족의 개념에 대해 충격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이 같은 정부 계획안이 충분한 공론화 없이 어느 날 불쑥 결정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 가족 정책의 근간이 될 정부 계획으로, 놀랄 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우선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크게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민법 779조와 건강가정기본법 3조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 법률을 개정해 동거나 사실혼 부부도 법률상 가족에 포함하거나 또 민법에서 아예 가족의 정의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법을 개정해 자녀의 성(姓)을 결정하는 방식도 바꾸겠다고 한다. 그동안에도 부부가 혼인신고를 할 때 미리 협의한 때에는 어머니의 성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혼인신고 때 미리 정해놓지 않으면 `부성 우선원칙`이 적용돼 왔는데 앞으로는 자녀 출생신고 시점에서 자녀의 성을 협의해 결정하도록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족 구성 형태가 빠르게 바뀌어온 현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전형적인 가족으로 인식돼 온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족` 비중은 2010년 37%에서 2019년에는 30%로 급감했다. 그 대신 1인 가구 비중이 30.2%로 늘어났다.

그렇다 해도 우리 사회의 기초단위이자 수백 년 동안 유지돼 온 가족제도를 `깜짝 쇼` 하듯 바꾸려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책 추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큰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가족제도 변경은 더 신중하고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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