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1.02.28 17:10 수정2021.03.01 00:06 지면A23
102주년 3·1절이다. 해마다 이날이면 대한민국은 정치와 경제, 문화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성숙한 독립국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성찰하게 된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은 미래로 성큼 나아가지 못하는 한·일(韓日) 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많은 국민이 발전적·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필요성을 말한다. “과거보다는 미래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상생과 미래로의 방향 전환은 선뜻 못 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상대가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일 관계에서는 유난히 감성적·감정적 측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성적·논리적 인식과 합리적 해법이 뒤로 밀리는 안타까운 교착 상황이 그렇게 장기화되고 있다. 그 책임이 어디에 더 있는가를 따지는 것 또한 그렇다. ‘미래 상호 발전’ 차원에서는 한 시대 전 일을 두고 겉도는 주장과 언어를 나열하는 것만큼이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양국이 노력할 일은 굴곡의 제국주의시대 역사를 일단락하고, 현재 공유할 수 있는 국가적 가치를 재확인하며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과거사로 일본을 탓하기에 앞서 대한민국 스스로 반성할 점은 과연 없는가. 툭하면 반일(反日)정서를 자극해온 정치권에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죽창 들고 맞서자”고 선동적 구호를 외친 것도 정치권이었다. ‘위안부 판결’이 정부 간 합의를 흔들어버리면서 나온 일본 반응에 대응할 우리의 ‘외교 카드’를 가로막은 거칠고 다분히 감정적인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표를 계산한 ‘반일 장사’라는 비판이 나왔으며, 반일종족주의라는 자성적 진단이 나왔는지 여권이 특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정부의 대일 유화 제스처가 확연히 보인다. 반면에 일본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신중한 것 같다. 오늘 3·1절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 대일 메시지를 내놓기를 바라는 것도 그래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1절에도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다. 올 들어서도 “한·일 관계 개선을 동북아 평화진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양국 간 미래 아젠다를 선점하는 차원에서 한국이 상호발전 관계를 주도하기 바란다. 한·미·일 3국 협력체제 복원에 큰 관심을 보이는 바이든 미국 정부에 떠밀리는 대일 관계개선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지속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목적의 반일 장사는 고귀한 3·1정신의 모욕이다. 감정적 반일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극일(克日)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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