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1.02.09 03:26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병가를 내고 국회 본회의에 빠진 다음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은 혀를 차게 한다.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도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하나. 딸은 한 해 4200만원이 드는 외국인 학교에 보내면서 가족 한 달 생활비로 60만원을 썼다고 하는가 하면 국회의원이 된 후 재산을 2억원이나 늘리는 놀라운 능력도 갖췄다. 공직자로서 기본이 되지 않은 사람이 장관까지 하겠다고 한다.
황 후보자의 이런 황당한 행적은 국세청 자료와 국회 공개 자료에 다 나와 있다. 그런데도 장관으로 낙점받았다는 것은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아예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황 후보자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노무현 청와대 출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문 대통령이 낙점한 이들은 어떤 흠결이 나와도 임명을 밀어붙인다. 그러니 검증이 의미 없게 된 것이다. 국가가 법 시스템이 아니라 패거리 문화로 돌아가고 있다.
최근 임명된 박범계 법무 장관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다. 박 장관은 자신과 아내의 재산을 공직자 신고에서 상습 누락했다. 폭행 혐의로 기소까지 돼 있는데도 임명됐다. 외고 폐지를 주장하던 권 장관은 딸의 외고 입학이 드러나자 “딸이 가겠다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그 당당한 태도는 ‘내가 노무현 청와대 출신인데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장관 된다'는 것이다.
현재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13명(72%)이 노무현 정부 또는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이라고 한다. 기재부·산업부·여가부 행안부 장관 등이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다. 청와대도 국민소통·민정·일자리·경제 수석 등이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다. 민주당 의원 174명 가운데는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 30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각종 공공기관에도 무수히 포진해 있다. 공직의 자격이 있건 없건, 능력이 있건 없건 이들은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란 완장 하나를 차고서 청와대와 정부, 국회, 각종 공기업 등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나라를 농락하는 수준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자기 사람을 앉히곤 했지만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을 찾고자 했다. 기본적인 검증도 거쳤다. 그런데 문 정권 인사는 그런 기본마저도 던져버렸다. 야당의 동의 없이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28건이나 된다.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을 합친 규모를 넘어섰다. 그래도 선거에서 매번 이기니 눈치 볼 것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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