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른소리

[사설]인사도 노조 허락 받으라는 단협…송파구청뿐이겠나

문화일보

입력 2023-02-15 11:47

 

서울 송파구청과 구청 노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송파지부)의 단체협약 내용을 보면, 이른바 ‘노조 해방구’를 넘어 ‘노조 천국’으로 불러도 될 정도로 기막히다. 강성 노조가 위력을 휘두르는 일부 대기업 경우에도 찾아보기 힘든 악성 조항이 수두룩하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관청이어서 혈세 낭비는 말할 것 없고 행정 비효율 조장도 우려된다. 단순한 시정명령만으론 부족하다. 송파구청 및 유관 당국은 문제 조항들에 대해 백지화를 선언하고 재협상에 나서는 것은 물론, 어떻게 이런 협약이 나왔는지 경위를 추적해 법적 책임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협에는 ‘노조 간부 인사는 노조와 사전 합의한다’ ‘5급 승진 대상자의 범위는 노조와 협의한다’‘노조가 지목하는 사람은 인사·노무 업무에서 배제한다’ 등의 조항이 있다고 한다. 사실상 불법이다. 공무원노조법 제8조는 정책 결정, 임용권의 행사 등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을 예상한 듯 ‘정부 명령·지침보다 노조와 맺은 본 협약이 우선한다’는 규정까지 두었다. ‘보수·복지·고용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를 추진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과 합의’ ‘송파구 공무원 전체에 적용되는 인사 원칙을 바꿀 때 노조와 사전 합의한다’ 등의 내용도 있다. 구청이 조직을 개편하기 위해 조례를 고치려 할 때나 공무원을 충원하려 할 때도 미리 노조 동의를 받도록 하고, 노조가 원해서 부서 정원 확대를 요구할 때에는 구청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한 규정도 있다. 이쯤 되면 노조가 곧 행정권력 아닌가.

 

지난해 6월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현 구청장은 지난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이 단협 시정 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고, 고용부는 이런 조항들이 모두 위법이라고 보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명령 의결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 구청장 때 체결된 단협(2년 유효) 조항 140여 개 중 50여 개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송파구청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정부는 국기 문란 차원에서 전수 조사를 실시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