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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하루 지체 보상금 1600억… 화물연대 파업 여파는 컸다

 

전국 건설현장 준공 늦어져 피해 잇따라

입력 2023.01.13 03:00

올해 1월 입주 예정이었던 서울 강남구 수서역세권 A3 신혼희망타운 입주가 6월로 연기됐다. 이 단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서울 강남권에 처음 공급한 신혼희망타운으로, 597가구가 이달 말 입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수급 문제로 올해 3월로 입주 예정일을 미룬 데 이어 하반기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공사가 멈추면서 입주가 6월까지 밀렸다. 한 입주 예정자는 “입주 예정일에 맞춰 이사 계획을 짜뒀는데 모든 게 틀어지게 됐다”며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자녀는 다른 학교에 입학했다가 다시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LH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들이 납부한 입주금에 대해선 입주 지연 기간 동안 지체 보상금을 산정해 잔금에서 공제해줄 예정”이라며 “화물연대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와 건설노조 불법 집회·파업의 후유증으로 인한 피해가 전국 공사 현장에서 속출하고 있다. 공사 지연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가 밀리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거주할 곳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신설 초등학교 개교가 늦어져 학생들이 임시 교사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건설 현장 불법행위 일제 조사를 통해 수사기관과 함께 엄중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준공이 지연된 부산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건립현장을 방문, 공사 진행 현황과 학부모들의 고충을 들은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명문초는 오는 29일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건설노조의 장비사용 강요 집회, 운송노조 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의 영향으로 준공일이 4월8일로 늦춰졌다. /국토교통부

◇개교 늦춰지고, 아파트 입주도 밀려

지방에서도 노조 불법행위로 입주가 미뤄지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 들어서는 ‘KTX오송역 대광로제비앙’과 경남 양산시 ‘양산 천년가더힐’은 최근 화물연대 파업 등을 이유로 입주 예정일을 3개월씩 미뤘다. 경남 창원시 명곡동 LH 행복주택 건설 현장은 민노총이 소속 조합원 고용을 요구하며 레미콘 공급을 방해해 지난달부터 한 달 동안 골조 공사를 멈춰야 했다. 아직 분양을 하지 않아 입주민들의 피해는 없지만, 내년 5월로 예정된 준공일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학교 개교가 늦어져 혼란을 겪는 경우도 발생했다. 오는 3월 부산 강서구 명문초교 신입생 230여 명은 입학과 동시에 학교에서 1.5㎞ 떨어진 임시 교사로 등교해야 한다. 이 학교는 원래 이달 29일 준공돼 3월부터 학생들을 맞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노조 파업으로 60여 일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준공일이 4월 8일로 늦춰졌다. 지난해 2~3월 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가 “우리 조합원이 보유한 장비를 사용하라”며 집회를 벌여 공사가 약 2주일 동안 중단됐다. 여기에 지난해 6월과 11월에는 화물연대가 두 차례 집단 운송 거부까지 벌이면서 결국 공기를 맞추지 못하게 됐다. 12일 명문초교 공사 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교육 현장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는 데 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 현장에 만연해 있는 불법들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하루 지체 보상금만 1600억원 추산

대한건설협회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현장이 902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현장들의 공사 지체에 따른 피해액은 하루 평균 1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이어진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기간은 16일이었지만, 레미콘 공급이 정상화되기까지 일주일가량이 더 소요됐다.

게다가 파업이 끝나자마자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콘크리트 타설을 중단하는 현장이 많았다. 영하의 날씨에는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아 타설 작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관계자는 “파업이 끝나고 레미콘 공급이 재개된 지 3일 만에 서울 날씨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져 공사 중단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겨울철 타설 작업을 강행하면 난방비에 추가 인건비까지 들어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공사 지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건설노조의 부당 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며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는 사업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처벌과 함께 사업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