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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러 운구비만 700만원 ‘발동동’…이태원 희생자 소식에 이영애도 나섰다

 

입력 2022.11.03 07:17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외국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로 숨진 러시아인 박 율리아나(25)씨의 유족이 시신 운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배우 이영애씨를 비롯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유품 정리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항공권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외교부에 전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운항 중인 9개국 14명의 외국인 사망자 유족에게 왕복 항공권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직항 항공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시신방부처리와 해외 운구에 5000달러(약 710만원) 정도가 필요했다. 율리아나씨의 아버지이자 고려인 3세인 박 아르투르씨가 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러시아 사할린 출신으로 한국어가 서툰 박씨는 양로원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이 넉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배우 이영애씨는 한국장애인복지재단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율리아나씨와 가족을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씨는 한국장애인복지재단 문화예술분야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내 거주하는 러시아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을 위한 모금 활동이 펼쳐졌다.

러시아 대사관도 나섰다. 시신 운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자국민을 위해 운구 비용을 직접 해결하기로 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시신 운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최대한 빠르게 발급하고 시신 운구 비용을 업체와 직접 협의하기로 했다.

율리아나씨는 한국을 사랑했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년 전 한국어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국으로 왔다. 그냥 여기서 살고 싶었다. 이런 결정은 위험하고 즉흥적이었다. 지금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글을 남겼다. 율리아나씨는 서울에 있는 러시아 학교에 취업했으며 유치원에서 영어도 가르쳤다고 한다.

한편 외교부는 외국인 희생자를 대상으로 박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례비를 선지급하는 방안 등을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있다. 또 외국인 사망자 유가족의 편의를 위해 한국 입국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는 조치를 법무부 등과 협조해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