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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국방

정의용 “北, 어민 송환요청 안해…북측에 먼저 인수의사 타진”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07-17 11:14업데이트 2022-07-17 11:59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 (외교부 제공) © 뉴스1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탈북 어민들)을 송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2019년 10월 중순 함경북도 김책항에서 출발해 동해 북한 해역에서 어로 작업 중이던 북한 어선에서 세 명의 젊은 선원들이 선장을 비롯해 동료 선원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죄 행위가 발생했다”며 “시신을 바다에 유기하고 범행도구를 포함한 모든 증거물을 바다에 던진 이들은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범행 후 바로 남한으로 넘어온 것도 아니었고 남한으로 귀순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며 “이들은 ‘죽어도 조국에서 죽자’고 하면서 자기들의 동료들이 잡은 오징어를 팔아 도피자금을 마련해 북한 내륙 자강도의 깊은 산속으로 도망가기로 모의했으며 범행 후 실제로 김책항으로 돌아갔고 공범 한 명이 북한 당국에 체포, 나머지 두 명은 다시 바다로 황급히 도주해 NLL 인근에서 월선을 반복하다 우리 해군 특전 요원들에 의해 나포됐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은 “이들 흉악범들은 탈북민도 아니고 귀순자도 아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붙잡힌 자들”이라며 “이들은 나포된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이들을 우리 헌법에 따라 탈북민으로 또는 귀순자로 우리 사회에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일부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국내법도 이런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추방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살인 등 비정치적 중범죄를 저지른 북한 주민이 재외 공관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더라도 국내 이송 절차를 취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며 “사실상 추방하는 셈”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1991년 9월 남북한이 두 개의 독립된 주권국가로 유엔에 동시 가입한 이후,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에 관해서도 대법원과 헌재에서는 남북한 관계의 이중성을 인정하고, 이의 특수한 성격을 감안, 북한이나 북한 주민에 대하여 외국이나 외국인의 지위에 준하여 개별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정치적인 중대 범죄자는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 전 실장은 “더구나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위해 이들을 강제로 추방했다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다”며 “북한이 송환을 바라는 탈북민들은 이런 파렴치하고 잔인한 흉악범들 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탈북했거나 귀순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을 송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며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 전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이들을 국내 사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 전 실장은 “지금까지 북한지역에서 북한 주민이 다른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흉악 범죄와 관련하여 우리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하나도 없다”며 “이들의 신원과 범죄 내용을 확인하는 것부터 이들을 처벌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전 실장은 입장을 번복한 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정부는 추방 직후 국회 외통위에 이러한 내용을 바로 보고하고 언론에도 공개했다”며 “특히 국회 정보위에서는 이들의 나포 과정, 합신 내용과 추방하기로 결정한 배경과 법적 근거 등을 비공개로 상세히 보고했다. 이에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전 정권을 부정하고 싶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 부처가 협의하여 우리 법에 따라 결정하고 처리한 사안을 이제 와서 관련 부처들을 총동원하여 번복하는 것은 스스로 정부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실장은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하여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며 “당시 공직자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하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현 정부가 기존의 판단을 어떤 이유로 또 어떤 과정을 통해 번복했는지도 특검과 국정조사에서 함께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