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근간 뒤집는 법 통과시켜 놓고 내용도 잘 모른다니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검수완박) 법안을 국회에서 일방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본회의에 출석해 전원 찬성 표결한 민주당 의원들조차 법안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한다. 민주당이 당초 발의한 원안,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법사위 통과 수정안, 본회의 재수정안이 전부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로 규정하고 있었다. 민주당은 이를 모두 삭제하려 했지만 한때 여야가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기로 했다. ‘등’ 표현 때문에 부패·경제 외에도 수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법사위 통과 때는 ‘등’을 ‘중’으로 바꿔 두 범죄로 한정하는 듯하더니 본회의에서는 ‘등’으로 돌아갔다. 입장이 수시로 오락가락한 것이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검찰 직접 수사 부서의 인원을 국회에 보고하게 하는 등의 추가 독소 조항들을 슬그머니 법안에 집어넣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법사위원들조차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의원들이 정확히 아는 것은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올해 말 폐지된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2024년 총선에 출마하는 의원들은 선거법을 위반해도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된 것이다.
2019년 선거법 개정 때도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법안 내용을 몰랐다. 당시 민주당은 공수처법 통과와 군소 정당이 원하는 선거법을 바꿔 먹기 위해 연동률, 병립형, 캡 등 알 수 없는 용어를 누더기처럼 선거법 논의에 포함했다. 그래서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난수표’ 상태로 표결 처리했다.
선거와 형사 사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떠받치는 기둥이나 다름없다. 이런 핵심적인 제도들을 민주당은 오로지 정파적 이익을 위해 제멋대로 뜯어 고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집권 여당이 국회에서 버젓이 국기 문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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